‘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영농경영비 상승으로 몸살을 앓는 농업계에 인건비 부담이 더해진 것. 여파를 최소화할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9860원)보다 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198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1만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농업계는 영농경영비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친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자동화율이 매우 낮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경영비 가운데서도 인건비(노무비)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3년 농가구입 가격지수’(2020년=100)를 보면 인건비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상승했다. 지난해는 132.1로,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농업근로자 임금은 이미 최저임금을 크게 웃돈다. 만성적인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탓에 인력을 공급하느라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을 치르는 일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현행보다 임금을 더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는 경영비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업용 기자재 지원, 에너지 비용 감면 등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간접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수습 기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농업계 일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인력은 종사 기간에 따라 업무 숙련도가 크게 차이 나는데, 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다 보니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다. 윤상진 경남 밀양시농업외국인고용주연합회장은 “하루에 깻잎을 100장 따든 1장 따든 받는 돈은 같으니, 숙련자들이 일을 적게 하려는 경향이 심해졌다”면서 “임금은 갈수록 오르는데 생산성은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1년 이상 근로계약을 한 경우 3개월 이내 수습 기간을 두고 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단순노무업무는 제외된다. 농업이 여기에 속한다. 윤 회장은 “농업은 숙련도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차이 나는 산업으로 단순노무업무로 취급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며 “채산성 악화로 신음하는 농업계 현실을 반영해 관련 고시를 개정해달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계화·자동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농업분야 인력 부족은 갈수록 심해지고 이는 임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 실장은 “영농경영비 가운데 인건비 비중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농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인물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농업계가 포함될 경우, 사용자로 인식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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