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학회 학술대회서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제주=고성진, 우정수 기자 2024. 7. 16
도매시장법인의 위탁판매서비스 차별화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위탁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행 수수료 상한제로 인해 제한적인 경쟁에 그치고 있어 이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수수료 자유화’(또는 자율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11~12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회장 정원호) 2024년 하계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 다양화된 니즈…‘차별화 경쟁’ 유도 위한 수수료 자유화 제안
위태석 한국식품유통학회 부회장(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장)은 12일 도매시장분과에서 ‘도매시장법인의 수수료 체계에 관한 한·일간 비교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도매시장법인이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유통 기능을 생산·강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위탁판매수수료 체계의 개편을 제안했다.
도매시장 유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자와 수요자를 단순 중개하는 도매법인의 기존 역할과 기능 이상이 요구되는 시점으로, 차별화된 위탁판매서비스 제공 경쟁체제를 유도할 수 있도록 현행 수수료 상한제를 자유화(자율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발표 요지다. 위탁수수료의 성격을 도매법인이 출하자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볼 때 다양한 유통 기능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이에 맞는 위탁수수료 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위태석 부회장은 도매시장을 둘러싼 유통환경 변화로 도매시장에 요구되는 기능이 다양화되고 있는 일본 사례를 들었다. 도매법인의 매수판매가 허용되고 예약형 정가수의거래 비중이 큰 일본과 달리 우리는 수급 대응에 제한적인 위탁판매가 주를 이루는 실정인데, 머지않아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도매시장(특히 도매시장법인)이 다양하고 새로운 유통 기능을 어떻게 확보하고 강화할 것인지가 커다란 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위탁수수료 체계 개편을 통해 도매법인 간 서비스 경쟁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안 취지다. 일본은 산지 대형화와 함께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소비지 영향력이 커지면서 도매시장 단계에서의 가공·포장·보관 등 상품화 및 물류 기능(서비스)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위태석 부회장은 “과거처럼 도매법인이 출하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 단순 중개 기능을 수행할 경우 위탁수수료의 상한선 제한이 산지에 대한 과도한 비용 청구를 제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와 유통인의 니즈가 다양화되고 있는 현재, 산지와 소비지 간의 미스매칭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코디네이터 기능과 물류 기능 등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매시장법인별로 차별화된 위탁판매서비스 제공을 유도할 수 있는 수수료 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도매시장 위탁수수료는 관련법에 따라 도매시장별로 7% 상한 이내에서 정률로 설정돼 있다.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중 가락시장과 다수 광역시 도매시장을 제외한 도매시장 청과부류 위탁수수료는 대부분 7% 상한에 맞춰져 있으며, 가락시장의 경우 4%대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위태석 부회장은 “가락시장과 같이 규모의 경제가 발휘되는 도매시장의 경우 위탁수수료 상한인 7% 이내에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반면 지방의 소규모 도매시장의 경우 점차 부담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표준하역비 등으로 상한선인 7%의 수수료 징수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곤란한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화두는 꺼냈지만…‘수수료율 인상 가능성’에 난항 예상
정부가 지난 5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후 위탁수수료 체계를 개편하자는 제안이 공식적으로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도매법인 수익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수익성 측면에서 위탁수수료 부분을 살펴보고 있는데, 학회에서 제기된 주장은 중장기적으로 도매시장 유통 활성화를 위해 현행 규제를 완화하자는 취지여서 정부 인식과는 방향이 다르다.
위태석 부회장은 “도매시장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 방향도 행정 책임주의에서 업자 책임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도매유통의 활성화를 위한 책임이 제도가 아닌 도매시장의 사업자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도매시장에서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수단의 하나로서 위탁판매 수수료의 자유화와 매수집하 허용범위의 확대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위탁수수료 상한 규정을 완화하는 자유화 개편 문제가 현실화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위탁수수료 자유화 논의가 현실적으로 수수료율 인하보다는 인상 가능성을 전제로 한 측면인 만큼 출하자 반발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2004년 도매시장법 개정으로 5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09년부터 위탁수수료의 완전 자유화가 단행됐다. 일본 청과부류 위탁수수료는 과일 7%, 채소 8.5% 정도다.
분과 토론에서, 박정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매시장부 부장은 “위탁수수료 상한을 없애는 부분이 도매시장 유통 활성화 측면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도매법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사회 환원과 부가 서비스 강화에 많이 투입될 것이고 예약형 정가수의거래 비중이 큰 일본처럼 우리도 출하자들이 요구하는 가격 보전 비용 등이 향후 더 늘어날 요인이 있기 때문에 비용 증가에 따른 수수료 조정 논의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현중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서기관은 “위탁수수료 상한을 없애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현재 위탁수수료 부분과 도매법인 평가 및 재지정 등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태석 부회장도 “위탁수수료 자유화는 출하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늘어남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수료율, 수수료와 연동하는 출하장려금 비용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력과 그 정보를 분석하고 실행하는 고도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고도의 능력을 출하자가 갖추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면서 “유통환경 변화, 도매시장(법인) 및 출하자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개편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농어민신문] “제주 월동채소 수급안정 정책 시급” 
[한국농어민신문] 스마트농업 체계적 육성 제도적 기반 마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