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영동군 심천면 법곡저수지 둑이 터져 세찬 물살에 밭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저수지 제방 터져 피해 커
70대 노인 실종돼 수색도
농민신문 영동=황송민 기자 2024. 7. 15
“새벽에 갑자기 ‘우르르 쾅’ 하는 소리가 나 창밖을 봤더니 시커먼 물살만 보일 뿐 그동안 키워놓은 농작물은 온데간데없었어요.”
11일 충북 영동군 심천면 명천리에서 만난 최은자씨(88)는 참담한 목소리로 그날 상황을 들려줬다. 최씨는 “하룻밤 사이에 지옥으로 변해버렸다”며 눈물을 떨궜다.
명천리 마을에서 작은 도랑을 끼고 법곡저수지까지 10여가구가 모여 사는 2㎞ 남짓한 길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고추와 깨 등 농작물이 자라던 밭은 흔적을 찾기 힘들고, 축사는 기둥이 꺾인 채 무너졌다. 전봇대는 밭에 쓰러져 있고 부서진 주택 파편과 농기계들이 물결에 휩쓸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10일 오전 3시쯤 1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법곡저수지 제방이 터지면서 세찬 물살이 밭과 집을 집어삼켰고 70대 노인이 실종됐다.
심성남씨(74)는 “저수지부터 큰길까지 양쪽이 산으로 막혀 있어 물이 빠져나갈 길이 없어서 피해가 더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다. 최씨는 “전기와 수도가 끊겨 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곡저수지가 몇년 전 준설을 통해 물의 용량을 늘렸지만 제방에 대한 보강 공사는 없었고, 지난해 주변 산림의 벌목으로 물과 토사가 저수지로 쏟아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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