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80㎏ 한가마 18만3960원
전순기보다 1.3%나 곤두박질
지난해 수확기 이후 최대 하락
5만t 매입 결정 기대에 못미쳐
현장선 추가격리 등 대책 촉구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4. 7. 14
정부가 최근 쌀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지난해 수확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는 등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2023년산 민간 재고 가운데 5만t(이하 쌀 환산량 기준)만 매입하기로 한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추가 격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5990원으로 전순기보다 1.3% 떨어졌다. 80㎏들이로 환산하면 18만3960원이다. 정부가 6월21일 추가 대책을 발표한 후 6월25일 가격이 0.4% 하락한 데 이어 7월 들어 감소폭이 3배 넘게 커졌다. 이대로 가격이 2.2% 이상 더 떨어질 경우 쌀값은 17만원대로 내려앉는다.
이같은 현상은 2월초 정부가 앞서 발표한 민간 재고 5만t에 더해 5만t을 해외원조용으로 추가 활용하기로 한 뒤 쌀값 하락세가 주춤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5일 가격의 낙폭은 지난해 11월5일 쌀값이 전순기 대비 1.6% 떨어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지에선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무너지며 가격 하락세가 더 심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당초 농협 등 산지에서 요구했던 매입량 15만t 가운데 5만t만 사들이기로 하자, 시장에서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며 뜨문뜨문 있던 조곡 거래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보형 농협 벼전국협의회장(충남 홍성 광천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벼를 6만원 넘는 가격(40㎏들이 기준)에 수매했는데, 그나마 정부가 15만t을 매입해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을 땐 5만9000원대에 사겠다던 민간업체가 대책 발표 후엔 5만8000원도 못 주겠다고 한다”며 심각성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10만t 이상 추가 매입하지 않는 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쌀값 하락에다 장기보관으로 감모량까지 증가하는 등 손실이 커진 만큼 올 수확기에 농가 물량을 모두 수매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추가 대책을 검토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정부의 민간 재고 5만t 매입과 더불어 농협이 재고 10만t을 해소하기로 한 방법을 적용해보고 그 후에도 (쌀값이) 문제가 된다면 정부가 추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판매촉진 활동 등으로 재고 10만t을 해소해 총 15만t 규모의 격리 효과를 내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현실성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많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벼 건조저장시설(DSC) 관계자들은 “다른 농축산물은 대형마트 등에서 가격 할인으로 판매를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10∼20㎏씩 사서 오래 두고 먹는 쌀은 판촉활동으로 소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라며 “쌀 소비촉진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이지 당장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농협RPC전국협의회와 벼전국협의회는 최근 개최한 운영위원회에서 정부가 이대로 쌀값 하락을 방치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문병완 농협RPC전국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정부에 추가 대책을 촉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전달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달 안에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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