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물류기기 공동이용 지원 사업 개편에 대한 제언
한국농어민신문 기고=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안양대학교 명예교수) 2024. 7. 12
물류기기 공동이용 지원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출하 시 물류기기 사용을 활성화해 공동출하를 유도하고, 농산물 유통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농협, 농업법인, 산지유통인들이 농산물 출하 시 물류기기 임대업체로부터 파렛트, 플라스틱 박스 등을 임차해 사용하면, 연간 예산 범위 내에서 물류기기 임차료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일반 40%, 공영도매시장 출하 시 60% 보조)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296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기획재정부가 2024년 예산을 2023년의 60% 수준으로 감축하면서 사업이 축소되고, 농식품부가 새로운 사업 방식을 모색하는 등 전환기를 맞게 됐다.
그간에 진행된 물류기기 공동이용 지원 사업 성과를 살펴보면 먼저, 물류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농산물 유통비용을 절감했다. 물류기기 공동이용 지원 사업을 통해 농산물 출하 시 표준화된 물류기기 사용이 확대되면서 저장, 선별, 포장, 출하, 진열, 소비에 이르는 농산물 전 유통과정에서 기계화 및 효율화가 이뤄졌다. 그 결과 농산물 유통비용이 절감됐으며,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박스를 활용함으로써 포장 및 운반에 드는 자원을 절약해 환경보전에도 기여했다. 이렇듯 물류기기 공동이용 지원 사업은 공유경제와 ESG경영에 기여하고 있으며, 투입되는 예산 대비 사회적 편익이 큰 사업으로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사용자들의 물류기기 공급사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고, 예산당국에서 국고가 특정 민간업체에 직접 지원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 예산을 줄이면서 정부가 사업 개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 정책을 개선할 때는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만약 잘못된 현상 파악이나 진단에 의거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게 되면 그 정책은 성과 달성에 실패하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수도 있다.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의 시장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파렛트와 플라스틱 박스를 임대·이용하는 사업은 ‘네트워크 경제’의 특성이 있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전국을 네트워크 거점으로 구성해 파렛트나 플라스틱 박스를 사용자에게 임대하고 회수하는 사업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비용이 절감되는 구조다. 따라서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자가 소수에 의해 독과점화 되는 현상은 부당한 경쟁을 통한 것이라기보다는 산업 특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물류기기 임대회사는 2∼3개 정도에 불과하다.
둘째, 물류기기 임대사업은 손·망실이 많은 사업으로 섬세한 관리 노하우가 필요하며, 장시간에 걸친 사업 안정화가 필요하다. 물류기기 임대업체들은 물류기기 회수에 어려움이 크고, 이 때문에 많은 수의 파렛트와 플라스틱 박스가 전국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셋째, 농산물 파렛트와 플라스틱 박스는 대부분 원거리로 되돌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공산품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이용의 계절성이 커 상당 기간 물류기기가 유휴화 되는 문제점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수박을 담는 용기인 다단식목재상자는 수박 수확시기 3개월간은 공급이 어렵지만 나머지 9개월은 유휴 재고로 전국에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 물류기기는 계절별, 지역별 수급 조절에 어려움이 큰 특성이 있다.
그러면 앞으로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은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먼저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 혜택이 파렛트 임대회사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물류 개선이라는 사회적 편익으로 귀속된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는 농산물 물류표준화, 기계화 등을 도모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환경 보전에 도움을 주는 등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가 중단되면 농가들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스스로 지불해야 해서 농가경제를 악화시키고, 물류 개선과 환경 보전 기능이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에 대한 보조를 유지·확대하고, 시행 상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도 정부는 민간사업자와 함께 시장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은 일반 산업과 다른 특성이 있는 만큼 섣불리 공공조직이 참여하면 막대한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공조직은 실제 물류기기 임대사업에 참여하는 것보다 시장 감시자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물류기기 임대요율, 보조비율 등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고, 농협 같은 조직이 민간사업자의 행동을 감시해 문제점이 있으면 시정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물류기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민간업체에 이를 시정케 하는 등 관리 기능을 강화해 물류기기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류기기 공동이용 사업은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고 유통비용 절감과 환경 보전 등 사회적 편익이 큰 사업이다. 정부 당국에서는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농산물 물류 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외부필진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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