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상반기 케이푸드플러스(K-Food+) 수출액이 69억1190만 달러(잠정치)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보다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지난달 23~25일 열린 ‘뉴욕 팬시푸드쇼’ 한국관 현장.
가공식품 수출 호조·신선 농산물 위축...국산농산물 이용시 인센티브 지원 등 확대해야
상반기 K-푸드플러스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62억1190만 달러
물류비 폐지 여파로 해상운임비 상승이 농식품 수출 발목
동남아 고급시장서 일본산과 경쟁하는 딸기·포도 등은 초엔저 현상이 가격경쟁서 압박
농수축산신문 박세준 기자 2024. 7. 10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3348억 달러, 무역수지는 23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농업 분야 수출도 호성적을 내면서 역대 최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케이푸드(K-Food)의 수출상승세는 라면, 냉동김밥 등 가공식품 위주로 이뤄졌으며 신선 농산물은 오히려 생산량 급감 등으로 수출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농식품 수출 성과를 짚어보고 하반기 전망과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상반기 K-Food+ 수출 62억1000만 달러, 전년 대비 5.2%↑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농식품과 농기자재, 동물용의약품 등 농업 전후방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케이-푸드플러스(K-Food+)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잠정치)은 62억119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5.2% 증가했다.
농식품 수출액만 따져도 47억6640만 달러를 기록해 44억6830만 달러를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6.7% 성장했다. 이중 신선식품 수출액은 7억308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1% 줄었지만 가공식품 수출액은 40억355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8.4% 늘어나면서 K-Food의 수출성장세를 이끌었다.
수출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5억9020만 달러의 실적을 거둔 라면이었다. ‘불닭볶음면 챌린지’ 등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라면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고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신제품들도 출시돼 수출이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쌀가공식품의 급성장도 반가운 소식이다. 냉동김밥, 볶음밥, 떡볶이, 쌀음료, 막걸리 등을 포함하는 쌀가공식품은 상반기 1억3690만 달러 수출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식 쌀가공식품에도 관심을 갖게 된 세계인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쌀 자체가 글루텐프리 식품으로서 건강식·간편식으로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선식품들은 기후재해, 병해충 등으로 인한 생산량 급감으로 수출이 침체된 품목이 많았다. 농산물 수출은 기본적으로 우선 국내 소비가 이뤄진 후 남은 물량 중에서 수출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급감하면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국이 요구하는 검역기준, 외국 구매자의 요청사항 등을 감안하면 생산량이 급감한 국면에서 적합한 품질의 수출 물량을 확보하긴 더욱 어려웠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말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냉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배와 사과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수출액이 각각 528만9017달러, 39만55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1%, 63.4% 급감했다.
단감도 유례없는 탄저병 피해로 생산량이 뚝 떨어지면서 수출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수출액 3만7260달러를 기록, 44만1808달러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보다 91.6% 감소했다.
파프리카는 지난해부터 엔화 약세로 어려운 가운데 병해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악재까지 작용했다. 지난 5월까지 파프리카 수출액은 2062만3694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23.9% 줄었다.
최덕규 파프리카수출통합조직 KOPA(주) 사업운영부장은 “지난해 뿌리다발병 등 바이러스가 유행해 생산량이 1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워낙 좋아 수출보단 내수시장으로 공급이 몰렸다”며 “주요 시장인 일본 시장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한국 파프리카 단가는 생산비 상승, 엔화 약세 등으로 올라가면서 일본 구매자들이 수입량을 조절하고 있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전반적인 과채류의 약세에도 포도는 지난 5월까지 969만4970달러를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일본산에도 뒤지지 않는 품질과 외국 구매자·소비자의 기호와 식습관에 맞춤형으로 수출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주) 대표이사는 “가격은 높지만 품질로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수출연합 차원에서 프리미엄·1·2등급 외에는 수출을 막고 있어 전체 생산량의 1.2%만이 수출되는 등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턴 외국 구매자들의 주문에 대응한 맞춤형 수출을 시작하면서 수출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하반기 사과·배 수출 반등 기대, 물류비 부담과 엔저는 암초
사과, 배, 감 등 주요 과일들의 생육상태는 앞으로 태풍 피해와 병해 발생 등을 주의해야겠지만 지금까진 무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신선 품목 수출통합조직들도 현지 구매자들과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어 수확철인 오는 10~11월 이후에는 수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수출물류비 보조가 폐지된 여파와 계속 오르고 있는 해상운임비가 농식품 수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제기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 해상 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8일 3733.80포인트를 기록해 13주 연속 상승했다.
SCFI가 상승한 주된 이유는 예멘의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후티가 전 세계 물동량의 30%를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를 홍해에서 봉쇄 시도하면서 선박들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들이 우회하면서 항해 시간은 최대 2주 늘어났고 그 결과 선복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해주는 파나마 운하 또한 극심한 가뭄으로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악재다.
또 올해부터 수출물류비 보조가 폐지되면서 대체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신시장 개척, 수출물량 확보 등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장도 많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유통본부장은 “사과의 경우 원물 거래 수익률이 낮더라도 수출업체에게 지급된 물류비 보조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겼는데 물류비 폐지 이후 신시장 개척에는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대체사업으로 공동선별비 등을 지원하지만 확실히 물류비를 지원할 때 보다는 지원율이 떨어져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최 부장 역시 “KOPA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출된 파프리카를 국내에서 시세대로 팔았더라면 농가들이 약 10억 원을 더 벌 수 있었다”며 “농가 입장에선 수출 단가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물류비 지원이라는 유인책도 사라져 수출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남아 고급시장에서 일본산과 경쟁하는 딸기, 포도 등은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초엔저 현상이 가격경쟁에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딸기 수출통합조직 ‘케이베리’의 우혜윤 팀장은 “주요 시장인 홍콩과 동남아에선 아직 일본산 딸기가 한국산 딸기보다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과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 현지 소비자들은 일본산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홍콩이 가장 많은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24일 ‘2024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때 1달러당 160엔을 기록한 환율은 올해 4분기에는 149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 초엔저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고 성장세도 가파른 수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인들이 수출 과실을 누리기 위해선 가공식품 제조에 국산농산물 이용시 인센티브 지원 등을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소비자들도 파스타를 먹을 때 초창기엔 별로 따지지 않고 먹었다가 지금은 이탈리아산 면과 토마토소스 등을 찾는 것처럼 외국 소비자들도 떡볶이를 먹을 때 국산 쌀로 만든 떡을 찾는 등 장기적으로 가공식품이 국산 농산물 수출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량생산에 있어서는 가격이 중요한데 이 점에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aT 관계자는 “국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자 aT 차원에서 △잔류농약 검사비 지원 △수출컨설팅 지원업체·글로벌브랜드 육성 지원사업 선정시 우대 △수출상품화 사업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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