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동근 농업인이 평창 대관령 배추작황을 보여주며 정부의 배추 역대 최대량 비축 및 할당관세에 관해 답답한 심경을 전하고 있다
평창·태백 고랭지 배추 생산현장을 가다
역대 최대 비축·할당관세 연장 등 정책 나올 때마다 농가 불안 가중
연작 피해·이상기후 겹쳐 힘든데 결국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것
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2024. 7. 9
정부는 올해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에 대비해 2만3000톤이라는 역대 최대량의 배추를 비축한다. 또한 상반기 할당관세 적용을 9월~10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농가에서는 해당 정책은 수급 안정 정책이 아닌 단순히 농산물 가격을 낮춰 농가만 죽이는 정책이며, 국내 배추 생산 기반을 무너트리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경북의 한 농가는 1억원이 넘는 배추를 수확 10일 전 전량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4일 국회 앞에서는 농민들이 할당관세를 규탄하며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현지 상황 및 작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3일, 5일 각각 평창 대관령면, 태백 매봉산 일대를 방문했다.
평창에서 4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염동근 씨는 “향후 기상 상황을 살펴봐야겠지만 평창은 현재 작황이 양호한 상황”이라며 3일 대관령 각지의 배추밭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그가 보여 준 밭에는 신선한 배추가 활짝 핀 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염동근 씨는 “심각한 이상 기후 문제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농민인데 정부는 이런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가격 낮추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봄에 배추가 쌀 때 비축해 두었다가 조금이라도 값이 비싸지면 방출하는 식으로 매번 고랭지 배추 농가를 괴롭히면서 수입산 농산물을 장려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선제 대응을 위해 비축, 할당관세 등의 정책을 시행한다고 했지만 정부가 내세운 수급 안정 선제 대응은 오히려 농가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배추 농사를 포기하게 하는 상황까지도 만들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값이 비싸지면 정부의 물량 방출로 배추값이 다시 하락할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떤 농민이 배추 농사를 계속하고 싶어하겠는가. 연작피해, 이상기후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배추 재배면적을 감소시켜 오히려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찾아간 태백 매봉산도 상황은 비슷했다. 폭우 피해로 군데군데가 흙색으로 덮여있던 지난해와는 달리 배추밭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날 매봉산에는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농업인들이 땀을 흘리며 장마 피해를 대비해 약을 치고 있었다.
조현주 씨는 “매년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문제, 연작피해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고랭지 농업인들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약도 더 치고 영양제도 더 주는 등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생산비는 생산비대로 들고 있다”며 “농업인들의 이러한 행동들이 진정으로 수급 안정을 위한 노력인데 정부는 이러한 수고로움은 외면하고 배추 비축, 할당관세를 통해 가격을 낮추기만 할 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농가의 생산 기반을 무너트리는 잘못된 정책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농촌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빚이 없는 농업인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빚을 못갚으면 언제 갚겠는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얼마나 오른다고 매번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격분했다.
끝으로 “현재 고랭지 지역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23도 이하 작물로 30도가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망가질 수밖에 없지만 사실 앞으로 기상이 어떻게 될지는 하늘만 아는 것이다”며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배추값이 올라도 정부가 다시 가격을 하락시키리라는 것이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미래 식량안보는커녕 수입산 농산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농업인들을 고려한 진정한 의미의 수급 안정 정책이 절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