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농촌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 수요가 꾸준하지만, 사업 수행기관은 되레 줄어들고 있다.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 현실을 고려해 수행기관 요건 완화, 사회적경제기업과 연계한 노인일자리사업 확대 등을 대안으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최근 내놓은 ‘고령사회의 삶과 일 제15호’에 따르면, 농촌 고령층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의향은 2011년 12.0%에서 2020년 21.9%로 늘었다. 하지만 사업 수행기관은 2020년 352개에서 2022년 313개로 뒷걸음질 쳤다. 수행기관은 참여자 선발·교육, 수요처 발굴 등을 도맡는다. 대도시에서는 시니어클럽·노인복지관 등 수행기관이 다양하지만, 이런 기관이 적은 농촌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로 사업을 맡는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은 수행기관 한곳이 담당하는 지역이 넓어 사업단 관리에 많은 시간·에너지가 소요된다”며 “농촌에선 사업량이 증가해도 수행기관은 오히려 감소해 개별기관이 체감하는 업무 부담이 악화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촌의 수행기관당 사업량은 2018년 406.5개에서 2022년 653.1개로 부담이 커졌다.
농촌의 취약한 노인일자리 인프라는 최근 정부의 ‘민간형’ 노인일자리사업 확대 기조와 맞물리며 더 두드러진다. 현행 노인일자리사업은 크게 ▲공공형(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지난해 노인일자리를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중심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농촌지역 노인일자리사업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민간형 사업 가운데 하나인 시니어인턴십사업은 2022년 2018년과 견줘 719% 늘었다.
하지만 농촌은 공공·민간 기관, 시설, 사업체 등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의 수요처가 될 만한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형 일자리를 발굴·연결해줄 전문기관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민자치회·부녀회 등 주민공동체가 수행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확장하자는 제언이 나온다. 주민공동체에 기반한 노인일자리는 지역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 지역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점에서다.
사회적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과 연계해 노인일자리사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강원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은 농촌 유학, 반찬 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노인의 일자리를 창출해 눈길을 끈다. 박경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부장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사업으로 소멸위기 극복은 물론 노인일자리 창출 효과도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농촌의 노인일자리사업 확대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귀농·귀촌 수요와 맞물려 농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문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귀농·귀촌이 활성화하고 있어 농촌에서도 노인 특성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일자리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김수린 부연구위원은 “50대 이상 장년층의 귀농·귀촌이 늘면서 농촌 구성원이 (학력·경력 등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런 인적 역량을 활용하면 농촌에 그동안 필요했던 분야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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