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의 한 지역 대형 식자재매장 계산대에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 이대로 좋은가
<3> 소농과 영세농 판로는 막고, 편법은 열고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2024. 7. 2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 당시 사용처를 영세 소상공인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형 식자재 및 농수산물 도매점 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도 지역사랑상품권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 개정이 이뤄진 지 1년이 지난 현재 지침 개정 목표와는 달리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자금순환 및 소비진작이라는 정책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커지고 대형 식자재매장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역 영세소농 판로처 상실
매장 확장계획 철회하기도
▲로컬푸드 생산자들 판로 잃어=로컬푸드는 중소농을 보호하며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한다는 평가 속에 농산물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농과 고령농에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지역농협들은 관내 가족농과 고령·중소농의 판로를 보장해 주고 지역주민들에겐 로컬푸드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지역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단순히 농산물 판매처에서 벗어나 복합 문화센터로까지 확대되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은 곳도 적지 않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 힘입어 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급성장했다. 2012년 전북 완주의 용진농협을 1호점으로 시작해 2016년엔 100개소를 돌파했고, 2년 후인 2018년엔 200개소가 설립됐으며, 2022년엔 675개소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제한은 로컬푸드 직매장에겐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조치였다. 대부분 지역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하나로마트 내에 운영되는 ‘숍인 숍’ 형태인데,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제한되면서 덩달아 로컬푸드 직매장 이용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사실상 유일한 판로처인 지역의 영세 소농들의 소득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전북 순창군 인계면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강승원 씨는 “하나로마트 고객이 줄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한다. 예전엔 200g 기준 상추를 하루에 50개 판매했는데 지금은 많이 판매돼야 절반 정도다”며 “판매량이 줄어도 소비자와의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하나로마트에 진열을 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김정숙 씨 역시 “통상 오후 2시면 손님이 많아 그날 가져온 버섯이 재고가 없었는데, 지금은 재고를 걷어가고 있다. 재고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폐기 처분한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을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제한되면서 일부 지역농협은 로컬푸드 직매장 확장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하나로마트 방문객이 줄면서 로컬푸드 직매장 고객 감소는 물론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직매장 확장이 조합 경영에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범진 전남 담양농협 조합장은 “18㎡(60평) 규모의 로컬푸드 매장을 구상했는데 상품권 사용 제한 문제로 확장이 부담스러워 (계획을 중단했다)”며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으로 공격적 경영이나 사업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형 식자재매장 ‘쪼개기 형태’로 운영…상품권 사용 고객 몰려
전체 매장 규모 크지만
개인사업자 따로 등록
“형평성에 맞나” 지적 고조
▲지역 대형 식자재매장 편법 운용 의혹=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을 하면서 문제를 삼았던 것은 대형병원과 대형마트 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 상품권이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이 가운데 행안부는 대형마트의 예를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형 식자재 및 농수산물 도매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농협 하나로마트와 달리 관내 대형 식자재매장에서 여전히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가능해 개정된 지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매장 규모만을 비교해도 하나로마트에 비해 크고, 농협 하나로마트의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제한한 이후 상당수 고객들이 대형 식자재매장으로 이동했음에도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역농협과 조합원들은 관내 대형 식자재매장의 편법 운영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의 A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차로 불과 2~3분 거리에 위치한 한 대형 식자재매장. 이 매장의 규모는 약 152㎡(500평)로 이 농협 하나로마트에 비해 1.7배 크고, 주차 가능 대수는 70대로 농협 하나로마트 34대 규모에 비해 약 2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지역농협 관계자와 조합원들은 “하나로마트에서 상품권 사용을 못하니 이른바 충성고객들도 대형 식자재매장으로 갔다. 이 식자재매장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정황상으로 볼 때 연 매출 30억원이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것은 사업자를 분리하는 ‘쪼개기 형태’라는 편법 운영을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남의 B 지역농협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농협 인근의 대형 식자재매장은 한 눈에 봐도 하나로마트에 비해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이 대형 식자재매장 외부와 내부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B 지역농협 관계자는 “대형 식자재매장에서 개인사업자를 따로 낸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상품권 사용이 가능해 기존의 하나로마트 고객들이 많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서정범 한농연담양군연합회장은 “사실 농협은 편법을 쓸 수가 없는 구조다. 농민 조합원들이 주인이기 때문이다”며 “그러면서 수익이 나면 농민들에게 환원을 한다. 그런데 오히려 대형마트들은 사업자 쪼개기로 편법을 쓴다. 이것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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