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년대비’ 에 근거한 농산물가격조절 정책은 ‘시대착오’ 다
농업인신문 2024. 6. 28
‘배추, 7천원(10kg)으로 전년 및 평년대비 하락’‘무, 전년 및 평년대비 상승’.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달, 혹은 격월, 분기별로 발표하는 농업관측정보 가격분석치다. 여기서 얘기하는 평년대비의 ‘평년’ 은 2019~2023년 내지 2018~2022년, 5년단위로 끊어 최대값과 최소값을 뺀 뒤 평균을 낸, 일명‘올림픽 평균’이다. 농경연은 농업관측 대상이 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이를 적용한다.
농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은 이러한 가격 비교 분석치에 기반한다.‘평년대비 높네낮네’를 따져 선제적으로 산지폐기할지, 창고물량을 방출할지 정책을 결정한다.
농경연이라는 연구기관이나 정부나 이에 의문을 걸지 않고 기본업무로 다루고 있다. 이를 지적코자 한다. 현재 1만원하는 냉면값에 대해, 지난 5년간 평균값보다 비싸니까 가격을 낮추라고 정책을 펴지는 않는다.
예전 냉면값을 운운하는 것은 과거 감회와 관련된 얘기지, 미래의 정책적 물가조정에 대입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커피값이 평년대비 높으면 높은 것이다. 현재의 물가는 세월에 연동한다. 그뿐이고 당연하다. 유독 농산물만 과거의 평균값을 적용해 ‘물가잡는’ 정책에 옭아맨다.
쌀값이 9개월째 곤두박질치고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관측에는 평년대비 높다는 설명이 나온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평균 쌀값과 현재 폭락하고 있는 쌀값의 상관관계에 대해 묻고 싶어진다.
물론 정부는 이를 근거자료로 들고 쌀 수급정책의 강약을 조절할 것이다. 과거의 가격 평균치는 현재의 생산단가와 아무 연관이 없음을 정부도 알고 있다.
농축산물 값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값’ 에 연명하고, 그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금치, 금대파, 금겹살 등 호칭의 진앙지가 ‘평년대비’ 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합리적 대파값’ 발언은, 이렇게 과거와 비교해 정책을 폈던 관행이 진화해서 벌어진 사례임을 강조하고 싶다. 농산물을 ‘기억값’ 으로 구매하는 나라. 농산물값에 시대착오적인 과거값 고리를 연결하는 ‘악마의 짓’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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