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차 비료 인정 5월부터 시행
비료생산업 등록오류 번복 소동
비료수입업 석연찮은 변경등록도
불량·부적합비료 최종피해는 농업인
농업인신문 백종수 기자 2024. 6. 28
원료가 농림부산물이나 가축분인 바이오차(bio-char)를 비료로 인정하고 그 품질관리 기준을 정한 비료 공정규격 고시 개정안이 5월 2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비료생산업 등록, 비료수입업 신고 업무를 맡은 일선 시·군이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오차 원료의 적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농림부산물 바이오차‘비료생산업’등록증을 발급했다가 취소하는가 하면 부적합한 원료로 제조한 외국산 숯을 수입하는 업체에 확인 없이‘비료수입업’신고증을 내줬다가 문제가 되자 약 3주 만에 변경신고증을 발급해준 지자체가 있다.
업무담당자들의 농림부산물 바이오차에 대한 무지와 비료 공정규격에 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 사태로 보인다. 보통비료, 유기질비료 등 분류된 전체 110여 종의 비료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찬데 추가된 두 종의 바이오차 비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기존 비료인 숯과 비료로 추가된 바이오차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도 혼란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바이오매스(모든 생물유기체)와 차콜(숯)의 합성어인 바이오차는 일반 숯처럼 고온에서 완전탄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로 열분해 과정을 밟기에 그 효능이나 쓰임이 다르다.
특히 농림부산물 바이오차와 가축분 바이오차는 토양개량과 양분이용 효율 향상 같은 비료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온실가스 저장소, 즉 온실가스 배출 감소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9년에 바이오차를 이산화탄소 감축 수단으로 인정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당장 탄소배출권 구매가 필요한 철강, 발전, 에너지 부문 등의 기업들이 석탄 등 화석연료 대체재로 바이오차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비료로서 기능은 물론 온실가스 저감 가치를 인정받는 ‘부산물비료’ 바이오차가 ‘보통비료’로 분류한 숯에 견줘 생산공정이 까다롭고 부가가치가 크다는 점을 노리고 외국산 숯을 수입해 바이오차로 속여 팔거나 국산 바이오차와 일반 숯을 섞어 유통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비료 공정규격 개정안 시행 하루 전인 5월 1일 전국 지자체에 보낸 <‘농림부산물바이오차’및‘가축분바이오차’의 비료생산(수입)업 등록(신고) 안내> 공문을 통해 몇 가지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며 바이오차 시시비비에 착오가 없도록 당부했다.
안내 공문에 따르면 커피박, 야자껍질 등 식음료품 제조업·유통업·판매업에서 발생하는 식물성 잔재물은‘농작물잔사’가 아니므로 농림부산물 바이오차 원료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제조 원료를 혼합 후 열분해한 물질의 제품화가 아닌, 바이오차 제품에 원료의 단순혼합(나무숯+왕겨, 왕겨숯+톱밥 등)한 제품(일부 유기농업자재)은 바이오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농촌진흥청 안내에도 불구하고 충남 아산시는 5월 21일 관내 A사의 신청이 있자‘농림부산물 바이오차’비료수입업 신고증을 발급해줬다. 베트남에서 수입한다는 바이오차의 원료 투입비율을‘나무숯 97 전분 3’이라고 등록했다. 혼합 원료는 부적합하다는 안내를 무시하고 신고증을 발급한 것이다.
더 석연찮은 점은 아산시가 민원과 농촌진흥청의 지적이 일자 뒤늦게 발급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알고 신고증 회수나 철회절차를 밟지도 않고 업체에 등록사항 변경을 요청해 6월 13일에 변경신고증을 발급해줬다는 사실이다. 원료에 전분을 섞은 것이 문제가 되니 서류상 전분을 빼고‘나무숯 100’으로 바꿨을 뿐이다. 현물에 대한 확인절차는 없었다는 얘기다.
한국바이오차협회 소속의 모 인사는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 국가들은 영세한 숯 공장은 많아도 바이오차 개념도 없고 제조시설이 전무한 것으로 안다” 라며 “결국 바이오차를 수입하는 게 아니라 숯을 수입해 팔겠다는 것인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버젓이 ‘농림부산물 바이오차’ 로 수입업 신고증을 내줬다는 게 당최 이해되지 않는다” 라고 했다.
이 인사는 그러잖아도 저가의 수입 숯과 저급의 국산 숯을 바이오차로 둔갑해 농업인에게 팔아먹는 업자들이 있는데 아산시의 사례는 공신력이 생명인 지자체가 확인·검증과정도 없이 불법적인 상행위를 묵인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강원 강릉시의 경우는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즉각 시정조치를 취한 사례다. 모 발전공기업의 B사는 발전에 쓰던 숯을 농림부산물 바이오차로 등록 신청했고, 강릉시는 6월 12일에 ‘비료생산업’ 등록증을 교부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원료 투입비율이 문제가 됐다. 숯과 농림부산물 바이오차를 혼합하고, 수분 함량이나 유해성분분석서 등의 등록서류마저 미비했음에도 등록증을 발급했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산시처럼 변경 등록하지 않고 B사에 재신청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지자체뿐 아니라 비료의 유통이나 품질을 관리하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비료 담당자들도 농림부산물 바이오차에 관한 정보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비료 공정규격 고시 개정 내용과 바이오차 생산공정, 숯과의 변별점 등을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유통단계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7월 중 강릉, 아산, 수원 등 농림부산물 바이오차 생산, 수입업 등록, 신고와 관련해 문제 사례를 모아 관련 자료집을 만들고 전국 지자체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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