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양파 수매가격이 지난해보다도 낮아 농민들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지난 17일 경남 함양군 병곡면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수확한 양파를 붉은 망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단가보다 낮고 농가 기대에도 못 미치는 실정
농민들 “낮은 가격도 문제인데 중국산 수입 우려 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6. 21
중만생 양파 주산지의 수확 작업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으나, 농협 계약재배 수매가격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책정되고 시장에도 그 영향이 미치자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양파 수매가격은 서남부채소농협을 시작으로 주산지 각 지역농협에서 정한다. 서남부채소농협이 주산지 농협 중 가장 먼저 수매가를 책정하는 까닭에 다른 지역의 기준이 되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 서남부채소농협의 양파 수매단가는 20kg 상품(7cm 이하, 혼입률 5% 이하) 기준 1만3000원으로 지난해 1만6000원보다도 낮다. 아울러 서남부채소농협에서 수매가를 정한 이후 무안 청계농협 등에서는 상품 수매단가를 1만3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이 역시 농민 기대에 미치지 않는 실정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겨울 파종 이후 수확을 앞둔 최근까지 지속된 이상기후로 인해 경영비는 지난해 대비 크게 상승했다. 농가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확인되고 정부에서도 이를 재해로 인정함에 따라 수매가격 및 포전거래 가격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아 왔지만, 실제 결과론 이어지지 않아 수익보다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7일 중만생 양파 주산지 중 한 곳인 경남 함안에선 기계화 수확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후 저장용 망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까운 시일 내 함양농협 등의 수매가도 정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 대다수는 수매가격에 우려를 표했다.
함양에서 양파를 재배 중인 이홍주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은 “보통 수확 전까지 7회 정도 방제를 하는데 올해는 4월에 비가 너무 잦았고 수확을 앞두고도 극심한 일교차가 계속되는 등 기후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방제를 13~14회는 한 것 같다. 평소 대비 약제비가 두 배는 더 들었다는 의미다”라며 “경영비가 너무 많이 올랐는데, 수매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못할 것으로 전망돼 농가에서 걱정이 큰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함양군의 경우 계약재배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농가 소득과 수매단가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의미다. 농민들은 최근 2년 동안 가격 폭락으로 손실을 입은 산지유통인 등의 상황 등을 고려해 농협이 수매가를 높게 잡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불가피할 손실에 근심을 내비쳤다.
이어 이 위원장은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농가에서도 단순히 가격이 높기만을 바라는 건 아니다. 생산비는 보전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라며 “저장용인 중만생 양파의 경우 수매가가 1만3000원이면 물류비와 창고 보관비, 이후 재작업 비용까지 더해 공판장에 2만원 넘는 단가로 나가게 된다. 중국 포전 거래가격이 15kg 기준 6000원 선이라고 하는데, 물류비에 관세 135%를 더하더라도 국산 양파 가격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한 “결과적으로 수입 양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생산 기반이 일어설 수가 없다는 얘기다. 기계화율이 높은 함양군의 경우 인건비가 다른 지역보다도 낮은 편인데도 1만5000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라며 “땅속수확기를 사용하면 양파를 망에 담는 작업에 인건비가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한 망 당 3500원이 추가된다. 자주식수확기 등 인건비를 더 줄일 수 있는 기계 보급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수입 문제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중국산 양파의 경우 재배면적이 평년대비 20%가량 늘고, 작황 역시 상당히 좋은 편으로 확인된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TRQ가 없어도 민간 수입이 너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루에 300톤가량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가격도 7000원에서 1만원 정도밖에 안 돼 국산 양파로는 경쟁이 안 되는 실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