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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은이 제시하는 물가 해법 “공공요금 인상, 농산물 수입”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6-21 조회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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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춰야 한다”며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유튜브 영상 갈무리




           농산물 물가 영향 미미한데…수입 확대 적극 주장

           정부 공공요금 인상 위해 농산물 가격 희생양 삼나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4. 6. 19



 한국은행(총재 이창용, 한은)이 ‘공공요금 인상’과 ‘농산물 수입’을 골자로 하는 물가안정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18일 총재 주재로 개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에 명분을 제공함과 동시에 농업을 희생양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은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가수준은 OECD 주요국 평균 수준이지만 부문별로는 의식주 가격수준(식료품·의류·주거비 등)이 평균을 넘어서고 공공요금 가격수준(전기·가스·수도·통신비 등)이 평균에 미달하는 특징을 보인다. 한은은 이같은 추세가 오랜 시간 고착돼 있다며 정부에 구조개선을 제안했다.

의식주 가운데 가장 경제파급력이 큰 것은 주택이지만, 지금까지의 물가정책이 그래 왔듯 한은의 개선과제에도 주택은 빠져 있다. 의류의 경우 포함은 됐으나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짧은 언급에 그쳤다. 결국 의식주 부문 개선과제의 주인공은 농산물인 셈이다.

농산물 개선과제 중에서도 핵심은 ‘수입개방 확대’에 있다. 농산물 수입의 긍정성을 보여주는 도표를 대거 제시하면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으며, 특히 △곡물 수입은 이미 상당수준 개방됐고 △채소는 저장성이 낮아 추가 개방 효과가 적다는 점에서 과일류 수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근래의 과일 수입이 사과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사과나 배는 망고 등 열대과일로 대체가 잘 안 된다. 열대과일이 수입되면 사과·배 가격을 조금 더 낮추는 효과는 있지만 기대처럼 큰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항변했으며, 이창용 총재는 “사과처럼 품목 전체를 수입하지 않으면 농가 보호엔 좋은 정책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국내 재배품목 수입의 필요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수입개방 확대’ 외에도 ‘품종 다양화’, ‘유통구조 개선’ 등의 과제를 함께 제시했지만 이는 농업에 대한 한은의 빈약한 이해도를 드러낼 뿐이었다. 사과 품종 다양화를 주장하면서 계절변화·저장성·명절수요 등 국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구 국가들과 단순비교하는가 하면, 유통구조 개선을 주장하면서 관행유통의 문제를 진지하게 분석하지 않고 ‘온라인도매시장’, ‘직거래 활성화’ 정도를 과제로 제시하는 식이었다. 애당초 농가소득 고민이 결여된 1차원적 ‘수입개방’ 의제부터가 식량주권 개념이나 전 세계적 식량위기에 대한 이해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공요금 부문에서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지금 같은 공공요금 관리가 이뤄질 경우 에너지공기업 적자 누적, 에너지 과다소비 등의 문제로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지호 국장은 “큰 에너지 충격이 왔을 땐 일시적으로 완충 조치를 취하다가 단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취지다. 급격하게 인상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인상해 나간다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한은이 굳이 공공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는 현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시도를 뒷받침하는 명분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공공요금 인상을 위해 농업과 농민이 의미 없이 이용되고 희생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공공요금 인상과 농산물 수입 확대는 서민과 농민, 두 취약계층에게 동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며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은의 이같은 견해는 정부 경제정책에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은 “한은의 논리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식료품, 특히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연관관계가 성립돼야 하는데 이 논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농산물의 물가 영향력이 낮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의아해하며 “국내 농산물도 상당수가 시설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이상 공공요금 인상 역시 오히려 농산물 생산비를 더 올리는 효과를 유발한다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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