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작업을 본격화했다. 최저임금위는 법적으로 27일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쟁점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할지와 업종별로 차등화해 적용될지다. 최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서울 마포갑)은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와 국회에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농림어업,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업, 도소매업 등에서 상당수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는 경총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현저히 높은 업종에는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통계청의 ‘202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농림어업 임금 근로자의 43.1%가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업종 평균(13.7%)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같은 분석은 농업현장에서 최저임금 이상의 웃돈을 줘야 일손을 구할 수 있는 현실과는 배치된다.
김재현 경총 경제조사본부 임금HR정책팀 책임위원은 “일당은 높지만 근로일수는 적은 일용근로자의 일당이 통계청 조사에서 월급으로 환산되고 우리 분석에서 시급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통계적 착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농가가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업현장 일당은 일감이 몰리지 않아도 10만원, 요즘 같은 농번기에는 15만원 안팎에서 형성된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보다 많은 금액이지만, 이는 농가가 최저임금을 수용할 여력이 충분해서라기보다는 인력난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업체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탓이 크다. 통계청의 ‘2023년 농가구입가격지수’에 따르면 노무비지수는 2021년 108.9(2020년 100), 2022년 122.9, 2023년 132.1 등으로 치솟으면서 농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를 바라보는 농가 심정도 복잡하다. 농업분야에 낮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최저임금이 높은 업종으로 일손이 몰려 농촌 인력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에 대한 부처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면서도 “농업분야에 낮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근로자 등의 유출이 심해질 수 있어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강원도형 최저임금제’ 도입을 고민하자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강원연구원 역시 “기업 유치로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도 “근로자가 최저임금이 높은 곳으로 이주해 지역경제가 축소할 수 있다”는 관점을 함께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18일 조 의원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을 제외하곤 이 규정이 실현된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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