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에 부과되는 사업 수수료
‘농지 뺏길라’ 임차인이 떠안고
임대료의 5%, 수수료율도 ‘과도’
지난해 관련 수익 78억 달해
전남도의회 ‘폐지 건의문’ 채택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2024. 6. 18
최근 농지대장 정비와 농업경영체 등록 관리가 강화되면서 임대차 계약을 맺지 못한 임차농들의 피해가 우려(▶본보 6월14일자 1·3면 참고)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임대수탁사업’에서도 임차농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임대인들에게 부과되는 수수료가 사실상 임차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인데, 임차농 보호를 위한 관련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전남도의회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임대수탁 수수료 폐지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은 임대차가 허용된 농지와 노동력부족·고령화로 자경이 어려운 농지를 농지은행이 임대위탁 받아 임차농민과 연결해 주는 사업이다. 문제는 농지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임대수탁 수수료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임대수탁 수수료 납부자는 농지 소유자로 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으며, 임차 농민은 억울해도 임대농지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수수료도 문제다. 농지은행은 일반적으로 임대수탁 시 매년 총 임대료의 5%, 사용대수탁(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무상계약) 시 건당 10만원를 임대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서울시의 토지 등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요율이 거래금액의 0.9%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전남도의회는 “농지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78억원에 이른다”며 “농민들은 이러한 부당한 제도에 대해 10년 넘게 수수료 폐지를 주장했고 국회와 지방의회에서도 끊임없이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요율을 일부 인하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측은 “농지임대수탁의 수수료는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농지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최소한의 행정비용으로, 인건비와 현지조사 출장비, 시스템 개발비, 사후관리 등에 소요된다”며 “농지를 소유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위탁수수료 부담완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농지임대수탁사업에 참여하는 농지 소유주의 70%는 비농업인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농어촌공사는 위탁 수수료 전가 문제에 대해선 “현황 파악 및 농업인 의견수렴을 통해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지 임대차와 관련 임차농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정부가 관련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지대장이 정비되면서 음성적인 임대차 계약 등 임차농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사실 불법 임대차는 상당히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라면서 “직불금 수령과 양도세 감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불법 임대차가 만연해 있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농업인들이 농지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농지 임대차와 임차농 보호에 대해 공론화하고, 근본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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