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 60년 변천사 3부] (6) 통계로 본 한국 농업
농가인구·경지면적 급격히 감소
농기계 보급 늘며 규모화 이끌어
백색혁명으로 과채류 연중공급
전업·규모·계열화 축산 급성장
수입 ‘제한→자유화’ 기조 전환
외국농산물 늘며 식량안보 흔들
농민신문 황송민 기자 2024. 6. 14
1945년 광복 후 한국 농업은 많은 시련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주곡인 쌀을 자급화해 만성적인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했으며, 1970년대 후반부터 소득 증가로 국민의 식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과일·채소·축산물 등을 공급해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본격화된 시장 개방은 우리 농업의 위기를 불러왔고 그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60년간 발표된 각종 농업통계를 통해 한국 농업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경제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농업·농촌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1960년까지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한국전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혼란한 시기를 겪었다. 이 시기 한국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다. 전체 인구에서 농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948년 72%에서 1960년 58%로 낮아졌으나, 같은 기간 농림수산업 취업자의 비중은 80%에 육박해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농업 종사자가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37%를 차지하는 농업이 포함된 1차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0.8%에 불과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농업분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변화를 겪는다. 본격적인 산업화·도시화로 1965년부터 도시근로자 연소득(11만2560원)이 농가소득(11만2201원)을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젊고 생산성이 높은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고 농촌인구가 감소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가속화됐다.
1970년 전체 인구(3144만명) 중 농가인구는 1442만명(45.9%)이었으나 2023년에는 209만명(4.0%)으로 1233만명 줄었다. 또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4.9%에서 52.6%로 치솟았다.
농촌 변화는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농지의 비농업적 전용 증가와 맞물려 경지면적 감소로 이어졌다. 2023년 경지면적은 151만2145㏊로 1975년에 비해 72만7547㏊ 감소했다. 이 기간 논면적은 51만2610㏊ 감소하며 밭면적 감소(21만4937㏊)를 크게 앞섰다. 경지 이용 정도를 측정하는 경지이용률도 1975년 140.4%에서 2023년 108.6%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농가당 경지면적은 1975년 0.94㏊에서 2023년 1.51㏊로 60.6% 증가했다.
◆농업기계화 진전, 농업생산성 향상
1962년 대동공업이 경운기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이앙기·트랙터·콤바인 등 다양한 농기계가 출현했다. 기계화의 진전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해 농업의 규모화를 이끌었다.
1975년 1만1884대에 불과했던 이앙기는 연평균 7.6% 증가하며 2022년 52만7700대를 기록했다. 트랙터와 콤바인도 2022년 30만8800여대와 7만3100여대 보급됐다. 그 결과 벼농사 기계화율은 1986년 68.3%에서 2022년에는 99.3%로 급격히 높아졌다. 밭농사에서도 관리기·곡물건조기·에스에스기(SS기) 등이 보급되며 기계화율이 2022년 63%를 넘어섰다. 농기계 확산은 노동시간 절감으로 이어져 농업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1970년 121원(1시간당)에 그쳤던 노동생산성은 2023년 1만7270원으로 143배 폭증했다. 토지생산성도 2023년 10ａ(303평)당 176만5577원으로 1970년 2만2217원에 비해 79배 넘게 증가했다.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농축산물 생산 변화
1970년대 후반부터 주곡인 쌀이 원활히 자급되고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채소·과일·축산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업생산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1960년부터 플라스틱 필름이 보급되면서 터널재배가 시작되고, 1980년부터는 시설하우스가 점차 확대되면서 1990년대 후반 과채류 등 시설재배 작물이 연중 공급되는 백색혁명이 이뤄졌다. 또한 재배작형 분화와 육묘기술 발달로 무·배추 중심의 고랭지 재배가 시작되고, 제주를 중심으로 월동 재배도 활발했다. 채소와 함께 비타민의 주요 공급원인 과일은 간식이나 후식으로 먹는 식생활이 보편화되며 재배면적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1970년 1110억원에 불과했던 채소생산액은 2022년 12조6680억원을 넘어서며 114배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과일생산액은 연평균 11.2%씩 성장하며 5조8230억원을 달성했다.
가정·식당·학교 등에서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한 축산물은 1980년대 가축개량사업의 정착과 축산농가의 전업화·규모화를 거쳐 1990년대 축산계열화 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1970년 1180억원이었던 축산물생산액은 2022년 25조2240억원으로 213배 급성장했으며 전체 농업생산액에서 43.6%를 차지했다. 반면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생산액은 1970년 4520억원에서 2020년 10조219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전체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9%에서 17.6%로 크게 줄었다.
◆농산물 수입 증가와 식량자급률 하락
1970년대 후반부터 농산물 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상승과 임금 불안을 상쇄하고자 정부는 기존의 농산물 수입 제한 정책에서 단계적 수입 자유화로 기조를 전환했다. 특히 1993년 UR 협상 타결로 급격한 시장 개방이 이뤄지고, 2004년 칠레를 기점으로 전세계와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농산물시장 개방이 본격화됐다.
그 결과 우리 농업시장을 보호하던 관세장벽이 낮아지며 저렴한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시장에 물밀듯 들어왔다. 1971년 60억달러에 못 미쳤던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2022년 486억달러로 급증했다. 세부적으로는 농산물이 70배 증가해 298억달러에 육박했으며, 축산물은 110억달러로 846배 폭증했다.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1964년 93.6%에서 2022년 20.1%로 곤두박질쳤다. 사료용 곡물을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2022년 46.0%에 불과하다.
◇참고자료=▲‘통계로 본 농업의 구조 변화’(통계청, 2020년) ▲‘농업·농촌 100년’(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년) ▲‘대한민국 성장의 대지, 농업·농촌 70년의 성과와 새로운 도전’(농경연, 2015년) ▲‘한국 농업 성장사’(농촌진흥청,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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