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30년 넘었지만 지지부진
생산성 향상 방향 체계화 안돼
지역단위로 추진계획 재편필요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6. 11
가파르게 오르는 농업경영비는 농가를 위협하는 상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농지 규모화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농업의 지속성이 확보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농지 규모화 목표를 정교화하고 추진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과 과제’ 보고서에서 농업소득이 정체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농지 규모화 지체를 꼽았다. 영농 규모화 사업은 1990년 한국농어촌공사의 ‘농가 경영규모 적정화 사업’에서 현재는 농지 임대·매도 등을 지원하는 농지은행 사업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30년 넘게 사업이 추진됐지만 1농가당 경지면적은 2022년 1.49㏊로, 2002년(1.46㏊)과 견줘 증가폭이 미미했다.
이처럼 농지 규모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책 목표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농지 규모화 사업은 추상적인 목표만 있었을 뿐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체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규모화 확대가 곧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영농 규모화를 이끌기 어렵다”며 “사업을 추진한 지 3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본은 농지 규모화와 생산성 향상에 관한 연구를 착실히 추진해왔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일본의 판매농가 1가구당 면적은 2003년 1.67㏊에서 2017년 2.41㏊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일본농업경영학회가 2014년 내놓은 연구에서는 개별 경영체를 기준으로 경지면적 약 7㏊까지는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비가 하락했지만, 7㏊를 넘은 경영체에서는 하락 추이가 ‘L자형’으로 정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까지는 농지가 집적화한 상태로 규모화했지만 더 큰 규모에서는 농지가 쪼개져 생산이 되레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적정 목표는 물론 농지를 규모화할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지 규모화 방향을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지의 소유권을 교환·분합하는 기존 방식으로 집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용을 규모화·집적화하자는 제언이다. 경북 문경시 영순면의 늘봄영농조합법인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법인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80여농가로부터 110㏊의 농지를 위임받아 콩·양파·감자 등 고소득 작목을 이모작 재배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벼를 단작했을 때 7억7900만원이었던 단지 내 농업생산액(경영비 제외)은 이모작에 나선 후 24억7900만원으로 증가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개별 경영을 넘어서 조직 경영 등 농업 형태가 다양해졌다”며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하려면 농어촌공사 사업이 지금같이 중앙정부 중심이 아닌 일본·프랑스처럼 지역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도록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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