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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기자수첩] ‘일단 추진’이 불러온 혼선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6-12 조회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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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일단 추진’이 불러온 혼선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 6. 11



 올해부터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에서 수박 파렛트 출하 의무화 방침이 본격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 사안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몇몇 있다. 사업 추진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행정도 그 중 하나다. 시행 내용이 수차례 바뀌는 등 혼선을 불러올 여지가 있어서다.

해당 방침(안)이 시장 내부 관계자들에게 알려진 시기는 2023년 3월 17일 ‘수박 파렛트거래 추진 협의체’ 회의에서다. 2023년 시범사업 형식으로 현행 운영하되 △내년(2024년)부터는 5톤 반입 차량에 한해 파렛트 출하를 의무화하고 △내후년(2025년)에는 전면 도입하는 시행 일정이 검토됐다.

이후 2023년 8월 23일 열린 강서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강서시장 수박 산지 선별 및 파렛트 출하 추진’ 안건이 심의·확정됐는데, 내용은 △2024년 5톤 출하차량 대상 △2025년 3.5톤 이하(1톤 소규모 출하자에 대해서는 별도 검토 후 추진)로, 표면상 추진 시기를 3단계로 나눠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4개월 후인 2023년 12월 26일 공사는 ‘조치명령’을 통해 시행 내용을 △2024년 5톤 이상 출하 차량 대상 △2025년 1톤 차량 제외한 모든 차량 대상으로, 기존(안)대로 변경했다. 그러다가 3개월이 지난 올 3월 공사는 다시 시행 내용을 일부 바꿨다. 2024년 5톤 이상 출하차량 대상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2025년 1톤 차량을 제외한 전면 시행 계획은 올해 사업 시행 이후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친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5월 공사는 ‘5톤 이상 차량’ 기준 중 앞서 조치명령에서 언급한 ‘적재함 길이’ 부분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내용을 또 변경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시장관리운영위원회 결정 내용에서 ‘2024년 5톤 차량 대상’ 부분만 바뀌지 않고 나머지는 시행을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차례 변경됐다. 출하자와 시장 유통인들의 여건을 반영한 조치라는 취지인데, 변경 내용을 떠나 산지와 유통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인 만큼 배려가 부족하고 혼선을 부르는 행정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공사의 행보에 대해 시장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공사가 ‘일단 추진’이라는 목표를 정해놓은 상황에서 세부 적용 기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질 때마다 이를 무마하려는 식의 행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 입장에선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불필요한 오해 또는 행정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시장 유통인 중에는 “도대체 변경 내용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헷갈린다. 좀 알려달라”고 기자에게 묻는 일도 있었다. 출하자, 도매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하역 등까지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해 온 시행 유예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수차례 내용 변경에도 어찌됐건 공사는 ‘사업 시행’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 여부, 시행 내용 변경 등에 따른 혼란과 피로감은 유통인과 출하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납득이 가지 않은 부분은 또 있다. 공사 담당자는 추진 근거에 대해 “2023년 8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심의 결정된 사안”이라고 지난해 말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5월 조치명령 변경 내용에 대해 이 담당자는 “위원회 결정 사항이어서 엄밀하게 따지면 기준 변경 부분도 의결을 하는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저희 판단하에 출하자나 차량 기사분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준을 잡았다”고 했다. 내용 변경은 공사의 재량적 판단으로 가능하다는 것인데, 관점에 따라 오해를 살 수 있는 행정일 수 있다. 

우려와 논란이 많은 사업일수록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이 더욱 요구된다.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쌓인다면, 정작 사업 추진 동력은 약해지고 시행 취지도 왜곡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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