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규제 완화를 위한 ‘농지법’ 개정 움직임이 22대 국회 초반부터 꿈틀댄다. 정부와 여야 모두 농업과 농촌을 위한다며 농지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충북 충주)은 농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 농지도 비농업인의 소유를 가능하게 했다.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업진흥지역 농지 소유 제한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농지법’이 개정되며 이뤄졌는데, 바뀐 법 시행(2022년) 2년 만에 이를 다시 풀자는 입법 시도가 나온 것이다.
이 의원은 “‘농지법’ 개정으로 농지 거래가 위축되면서 고령농의 노후생활도 위협받고 있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부가 농지 규제의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서다. 대표적인 게 도시민 체류시설의 농지 위 설치를 허용하려는 것이다. 앞선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주말·체험 영농인을 위한 ‘농촌 체류형 쉼터’의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2대 국회에서 이를 위한 ‘농지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농정공약에도 같은 취지의 공약이 공히 포함돼 무리 없는 입법이 예상된다.
올해 안에 3㏊ 이하 ‘자투리’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정비한다는 농식품부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국면에서 여당이 지원사격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비 대상인 농지 규모는 전국에 2만1000㏊가량이다.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발전 시설의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기간을 현행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하는 등 영농형 태양광발전 법제화도 추진된다. ‘농지법’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이 내용은 민주당 총선 공약에 반영됐다.
문제는 농지를 농업 생산 외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견줘 농지 보전을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2022년말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농지면적의 연평균 감소율을 1.2%(2017∼2021년)에서 0.5%로 낮춰 농지면적을 150만㏊(2021년 약 155만㏊)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적 수단 부재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농지전용 규모를 보면 2022년이 1만6666㏊로, 2018∼2021년 평균인 1만7400㏊ 수준에서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정부는 식량위기를 해결한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식량 생산 근간인 농지는 줄이고 있다”며 “농지 규제를 풀어 지방소멸을 해결하겠다는 것 역시 잘못된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건 농식품부가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는 첫 ‘농지 관리 기본방침’이다. 올초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농식품부는 10년 주기로 기본방침을 세울 책무를 부여받았다. 여기에는 ▲농지 관리 시책 방향 ▲농지면적의 현황 및 장래 예측 ▲관리해야 하는 농지 목표 면적 ▲시·도별 농지 목표 면적 설정 기준 등이 담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농지 목표는 구호에 그쳤지만 기본방침에서 제시하는 목표치는 사실상 강행 규정”이라면서 “농지 보전에 어느 정도 구속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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