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취임 이후 행보는 본인이 자주 강조하듯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농산물 가격 잡기, 그리고 양곡법·농안법 개정 반대다. 나는 이 모습들에서 장관의 품격을 논해 보려 한다.
농산물 가격제어를 통한 물가안정은 단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용 정책이다. 농식품부로선 조금이라도 반론을 내며 농가경제 보호를 우선시해야 하지만, 언제부턴가 농식품부가 기재부의 ‘지령’을 앞장서서 받들고 있다. 지난 5년 농식품부 장관 자리에 관료 출신 인사가 계속되면서 이 구조는 완전히 뿌리를 내린 듯하다.
송 장관 취임 시기는 물가가 가장 심하게 요동친 시기다. 그는 농가소득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라도 하듯 공격적으로 농산물 가격 낮추기에 나섰고,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던 대통령의 옆에서 미소로 끄덕이기도 했다. 농식품부 장관은 소수 약자인 농민들의 목소리를 내각에 투영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지만, 실상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과장’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21대 국회 양곡법·농안법 개정 국면에 있어선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한층 존재감을 드러냈다. “농망법”, “미래세대에 죄짓는 일”이라고 비판에 나서는 한편 농식품부의 모든 조직과 채널을 동원해 법안 반대 활동을 펼쳤다. 법안 폐기라는 결과에 송 장관 스스로는 뿌듯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함량 미달의 모습이다.
농민들이 갖는 이해관계를 떠나 이 두 법안은 객관적으로 ‘논란 중’인 안건이다. 송 장관은 첨예한 논란 중 대놓고 한쪽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법안을 발의한 야당 의원들을 철부지로 치부해버렸고 농민단체의 한 축을 배척해버렸다.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그로 인해 정책이 결정될 순 있지만, 그 이전에 공개적·직설적으로 비판에 나선 건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 국무위원으로서, 정책 담당자로서 야당과 농민단체들에 큰 결례를 범한 것이다. 이 모습 역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과장’의 품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과 농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 장관의 품격을 결정하는 건 그 사명감과 소신, 그리고 배려와 중용이다. 우리 농민들은 불행하게도 품격이 있는 장관을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