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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가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담긴 산지 유통환경 개선 대책이 어떠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역농협의 한 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배를 포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톺아보기 연재기획 ②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6. 9
나날이 강도를 더해 가는 이상기후의 여파로 농산물 피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생육장해와 병충해 발생이 급격히 늘어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이로 인한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 상황까지 지속되고 있다. 자연스레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한 의문과 문제 제기가 뒤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1일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재탕 대책이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전과 결이 다른 대책들도 분명 눈에 띄는 만큼 세부 추진계획과 이행방안 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농정>은 개선방안을 톺아보려 한다. <편집자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개진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도매시장 위주 대책에 지나지 않았고,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산지 대상의 개선방안은 그 중심에 자리잡지 못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 도출된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그간 주목 받지 못했던 산지 유통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담아내 진일보한 면을 보였다.
지난 4월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실태 점검단은 2주간 공영도매시장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위판장, 민간 저장업체와 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현장을 점검한 바 있다. 그 결과 범부처는 산지 유통단계에서 △APC 저장시설 등의 용량 부족 및 시설 노후화 △농협 등 생산자단체 취급 물량 부족 및 산지유통인 취급물량 파악 어려움 △과다한 물류기기 비용 등을 주요 개선과제로 뽑았다.
먼저 정부는 대다수 APC가 저장 용량 부족 및 시설 노후화 등을 겪으며 물량 규모화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과·배추 등 수급 관리가 까다로운 품목의 거점 스마트 APC 취급물량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론 2027년 거점 스마트 APC 100개소 구축 목표를 1년 앞당겨 2026년에 완성해 2022년 현재 전체 생산량의 22% 수준인 APC의 사과 취급물량을 2030년까지 50%로, 13% 수준인 가을배추 물량을 20%로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기체제어(CA) 시설 등의 저온저장고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과·배는 수확기에 매입해서 장기간 보관하며 판매하는데 수확기 때 저온저장고 용량만큼 밖에 매입을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실제 현장을 점검해 본 결과 산지의 규모 있는 APC에서도 저온저장고의 매입 가능 물량이 2~3개월치에 불과했다”며 “이는 계약재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확기 때 매입·유통·판매하는 품목의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기 위해 저온저장고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농식품부는 포전거래 중심인 배추·무 등 품목의 계약재배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선 두 품목의 계약재배 확대는 그간 수급 대책의 일환으로 꾸준히 대두된 바 있으나, 실제 이행에 부족한 면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는 포전거래를 선호하는 현장 농민들을 고려해, 농협으로 하여금 농작업 대행반을 꾸린 뒤 배추·무 주산지 작기별 인력 수요에 맞춰 이를 활용하겠다는 세부 계획을 구상 중이다.
이에 배추 주산지 농민은 “현장에서 포전거래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추·무 등의 주요 소비처인 김치제조업체 등이 산지유통인과 촘촘히 연결돼 소비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김치제조업체 등은 가격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대개 산지유통인과 거래한다”며 “무작정 농작업을 대행해 준다고 해서 농협 계약재배를 늘릴 순 없을 것이다. 기존 산지유통인과의 계약을 농협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보다 촘촘한 계획이 필요하며, 농협이 계약재배를 수탁이 아닌 ‘매취’ 방식으로 끌고 갈 수 있게 관련 대책 또한 함께 마련해야 한다. 농협도 소비처에 대한 대비를 해둬야만 정부가 얘기하는 계약재배 확대를 받아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처음 대두된 ‘물류기기’ 시장 대책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에 필수 요소인 파렛트(팰릿) 등의 물류기기 풀시스템 시장구조 개선과 플라스틱박스(P박스) 표준화 등을 물류비 절감 대책으로 발표했다. 풀시스템은 표준화한 팰릿 등의 물류기기를 여러 수요처에 대여해 공동 이용토록 하고 업체가 현장 투입부터 회수, 물량 조절 및 세척·보수 등 관리 전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농식품부와 업계 관계자 전언 등에 따르면 현재 농업계에서 이용하는 팰릿 전체 물량은 두 개 업체가 공급·운영 중인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특정 업체의 ‘독과점’으로 인식 중이며 시장경쟁을 통한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농업계의 팰릿 사용 물량과 방식 등이 여타 산업군의 것과 차이가 있는 까닭에 대부분의 물류기기 풀시스템 업체가 농업계를 기피하는 영향이 큰 결과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의 물류기기 회수율은 100% 이상이나, 농업계는 97~98% 수준이다. 도매시장에 들어간 P박스 회수율이 30%를 기록한 경우도 있다. 공급한 P박스 100개 중 70개가 분실됐다는 뜻으로 회사 입장에선 큰 손실이 불가피한 것이다”라며 “이 밖에 농업계의 물류기기 사용이 짧은 수확기간에만 집중되고, 정부가 수십년째 추진 중인 물류기기공동이용지원사업의 일몰기한이 3년밖에 안 돼 장기적인 투자 등을 계획·실행하기 어려운 데다 10년째 동결된 사업기준단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업체 두 개가 독과점해서 시장을 장악한 게 아니라 수익성을 이유로 대다수 물류기기 풀시스템 업체가 농업계에 발을 담그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풀시스템 업체가 산지에 팰릿 등 물류기기를 공급하면 이는 짧게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소비지를 거쳐 회수되나 길게는 산지에서 저장시설, 도매시장에서 다른 도매시장, 중도매인과 소매상 등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물류기기 시장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인 농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 농업계 팰릿 풀시스템을 농협이 전담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정부 개선방안의 이행 여부가 농협의 참여 의지에 달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기 시장 진입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업계 내에선 농협의 참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비용뿐만 아니라 사업 안정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농협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배경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물류기기 시장 전체에서 농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밖에 되지 않고, 유통되는 농산물의 50% 이상이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상황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나 단 두 개 업체가 농업계 전체 팰릿 물량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점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래도 농업계가 다른 산업군에 비해 홀대당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때 물량을 사용하기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경우도 많고 이런 비용이 전부 물류비에 포함되고 농가 경영비에 부담이 되므로 농협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물류기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농협을 통한 시장경쟁 확대 외에도 물류기기 이용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가격 결정이 왜곡돼 있는 상황이므로 투명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물류기기 이용 가격 공시제’를 도입하고, TF를 구성해 현재 약 54개에 달하는 농산물 P박스 규격도 산지·유통업계 논의를 거쳐 10개 수준으로 표준화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산지 유통구조 개선방안의 이행 가능성 등에 아직 여러 의문과 우려가 뒤따르는 만큼 세부계획 도출 후 시행을 거쳐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농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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