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농산물 등 51종 할당관세…송 장관 “선제적 수입정책 펼 것”
“수입정책 지속하면, 농민 자율 수급조절 저하…농업 생존력 상실”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4. 6. 7
5월들어 소비자물가 상승곡선이 다소 둔화조짐을 보임에도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수입할당관세 적용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정부가 농산물·식품원료 51종에 대해 할당관세 지원을 지속키로 했다.
국가 농정이, 생산기반 관리 정책에서 수입농산물 수급정책으로 중심이 옮겨졌다는 진단이다. 할당관세 등을 통한 수입량 대방출이 지속되면서 이미 과일 소비트렌드는 10위내에 6개나 수입산이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값싼 수입 농산물을 선택하는 소비자 앞에서 국내 농업은 길이 사라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일류 2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해 장바구니 부담을 덜도록 하겠다” 고 언급했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표는, 2일 진행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토한 관세인하 방안이 정부차원의 추진단계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송미령 농식품장관 또한 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복숭아·수박·참외 등 제철 과일류는 수확기까지 시기별 생육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바나나·파인애플 등 10개 수입과일 할당관세를 9월말까지 연장하겠다” 고 말했다. 10개 과일은 바나나, 파인애플, 아보카도, 망고, 망고스틴, 자몽, 만다린, 체리, 키위, 두리안이다.
송 장관은 이외에 식품기업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설탕·커피생두 등 26개 가공원료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무를 비롯 오렌지 농축액·전지분유 등 8개의 품목에 대해서 할당관세를 신규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농산물·가공원료 총 51개 품목에 적용하는 것이다. ‘물가안정’ 을 이유로 지난해 농산물 할당관세 적용 정책에 이어 올초 민생경제 1호 정책인‘과일 30만톤 할당관세 도입’,‘채소·축산물 6만톤 할당관세 적용’‘할당관세물량 정부 직수입 방출’등 지난해 농산물 할당관세 정책이 올해에도 더욱 확대돼 적용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농축수산물 물가 동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3월까지 농축산물 할당관세 대상 품목수와 물량은 증가추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엔 할당관세 적용 품목 21개에 적용 물량 1천382만3천톤, 2021년에는 22개 품목 1천598만1천톤, 2022년 38개 품목 1천905만7천톤, 2023년 46개 품목 1천917만9천톤, 2024년 3월 현재까지 50개 품목 1천824만2천톤 등이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이같은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물량 확대 등 단기적·일시적 정책의 반복 시행은 생산자인 농민의 자율적 수급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 경고했다.
일시적 가격안정책이 될 수는 있으나, 이를 지속하면 국내 농업생산기반에 피해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런 피해 우려는 단적으로 농업소득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인 지난해 농업소득은 1천114만원으로, 1994년 1천만원을 넘은 후 30년째 비슷한 규모다.
특히 할당관세 확대 정책이 강조됐던 2020년 1천182만원, 2021년 1천296만원, 2022년 948만5천원, 2023년 1천114만원 순이다. 관세를 낮춰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에 비례해 국내 농산업이 그만큼 피해를 봤다는 결론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농산물 수입개방 환경이 소비시장 변화를 견인한다는 점이다. 수입농산물로의 소비 트렌드 변화는 국내 생산기반조성을 위한 모든 정책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농업계에선 ‘핵피폭’ 에 가까운 피해를 의미한다.
일례로 국내 과일 소비 선호도가 10년사이 수입과일로 절반이상 넘어갔다. 2024년 1월 랭키파이 과일류 트렌드지수분석에 따르면 1위 사과, 2위 딸기, 3위 망고, 4위 배, 5위 레몬, 6위 바나나, 7위 파인애플, 8위 자몽, 9위 체리, 10위 감귤 등으로 나왔다. 10위안 60%이상이 수입과일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 2010년~2015년까지 경기·서울·인천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위 사과, 2위 감귤, 3위 포도, 4위 복숭아, 5위 감, 6위 배 등의 순이다. 비교하면 수입과일이 국내 시장을 점유한 단면을 보여준다. 조사내용대로라면 복숭아·감 생산농가의 몰락이 우선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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