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
세제 유사·중복혜택 사전 검토
농촌 취득세 감면 등 축소 우려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4. 6. 7
내년 예산안을 편성 중인 정부가 조세지출(세제지원)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불똥이 농업분야로 튈까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5월31일 제출한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2025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부처별 예산요구안은 기재부가 3월 전달한 ‘202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작성 지침(예산안 지침)’에 따라 마련됐는데, 신규 예산을 세울 때 조세지출과의 유사·중복 여부를 사전에 검토한다는 항목이 신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사업을 설계할 때 목적·수혜대상·효과가 비슷한 세제지원이 있는지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통폐합해 예산 집행을 효율화하겠다는 취지다.
조세지출이란 조세감면·비과세·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다. ‘숨은 보조금’으로도 불리는 조세지출은 지속적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24년 대한민국 조세’에 따르면 올해 예상 조세지출액은 77조1000억원으로 10년 전(35조9000억원)보다 114.8% 증가했다. 농어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지출은 6조70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같은 세제지원에 제동이 걸릴 경우 당장 올해말 일몰이 도래하는 사업부터 그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농업부문은 지방세 가운데 ‘농어촌 주택개량 건축물 등에 대한 취득세 감면’ ‘귀농인 대상 농지·농업시설 취득세 50% 감면’ ‘농지연금을 담보로 제공된 농지의 재산세 면제’ 등 7건이 위태롭다.
국세부문 특례는 연내 일몰되는 항목은 없지만, 다른 사업과 유사성을 따져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비료·농약 등 농업용 기자재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농기자재 부가세 영세율’은 2025년말 일몰 예정인데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조세특례 보고서에서 “농기자재 부가세 영세율은 공익직불제 등과 지원 대상·목적이 중복된다”면서 “관련 사업을 검토해 효율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업용 면세유는 지난해 일몰 직전 기한이 2026년 12월31일로 3년 재연장되면서 한숨 돌렸지만, 그 외 농업용 전기요금 할인·지원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지출 평가에서 “농업용 면세유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부정 유통문제가 제기된다”고 했다. 조세연은 낮은 농업용 전기요금이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한다며 관련 사업 통폐합을 권고하기도 했다.
농업계는 쌀값 하락과 농가 경영비 상승으로 영농환경이 악화하는 데다 도농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농업부문 조세감면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업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조세지원 혜택마저 축소되면 농가 부담 가중은 물론 청년농 유입이나 도시민의 귀농·귀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농업분야 조세특례는 농촌 사회에 미치는 플러스 효과가 큰 만큼 일몰 기한을 폐지하고 영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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