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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피해율 산정 방식, 지나치게 낮은 기준가격
일부 가입농가들, ‘돈은 돈대로 들고 실질 혜택은 없고’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4. 6. 6
중만생종 양파 수확기를 앞두고 농업수입보장보험(수입보장보험)의 피해율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과는 달리 재해에 따른 손해뿐 아니라 가격하락에 따른 손해도 보장함으로써 농가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보험이다. 농가 소득과 경영 안정을 위해 2015년부터 가입대상 품목의 주산지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입대상 품목은 현재 양파 등 7개 작물(콩·포도·마늘·고구마·가을감자·양배추)이다.
문제는 농가가 받을 보험금액을 결정짓는 피해율 산정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일부 가입 농가에서 거듭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농정>은 지난해 수확기에도 보도한 바 있다(“가격 하락 보전한다는 양파 수입보장보험, 실효성 전혀 없다”, 2023년 6월 19일자).
농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가격하락분을 결정짓는 기준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과 ‘상품화할 수 없는’ 수확물까지 수확량에 포함돼 결국 피해율이 낮게 산정된다는 것이다. 손해율을 낮추려는 보험사와 높이려는 계약자 관계의 기본 특성을 감안해도, 이 같은 피해율 산정 방식은 보장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이 보험의 목적마저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경남 창녕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수입보장보험 가입자 성유경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상남도 사무처장은 “5월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습한 가운데 갑자기 기온이 30℃ 이상 올라 양파 잎이 하얗게 말랐고 쓰러져 버렸다”라며 “뿌리가 다 물러 버렸는데, 바로 판매돼 며칠 안에 먹는 건 괜찮겠지만, 저장용으론 판매 불가다. 6월 중순에 캐야 하는데, 10여 일이나 빨리 캐게 생겼다”라고 전했다. 저장용 양파를 생산하는 농가들로선 수확해도 상품화가 어려우니 비상 상황인 셈이다.
성 사무처장은 “문제는 내다 팔 수 없는 상태인 수확물도 보험조사에서는 수확량에 포함한다는 거다. 농가로선 상품화가 안 되니 실제론 100% 피해인데, 비품 무게 때문에 결국 피해율이 줄어서 아마 10~20%에 그치거나 많아 봤자 30~40%선이 될 거다. 여기에 자부담률이 20%나 된다. 공판장에 출하돼 정상 가격을 받게 된다면 피해율에서 빼야 하지만, 인건비조차 안 나오는 비품을 수확량에 넣어선 안 된다. 이대로라면 본사업으로 확대돼도 보험료와 예산만 나갈 뿐 실질 혜택은 못 본다”라고 말했다
만약 피해율이 40%로 산정된다 해도 보험금에서 자부담 20%를 빼고 나면, 실제로 보험으로 담보되는 농가의 손해보전은 미미해진다. 수입보장보험이 애초 운영 목적대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기준수입과 실제수입을 결정짓는 기준가격과 수확기가격이다. 수입보장보험의 가격보장은 기준가격에 따른 수확기가격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담보해 주는 것으로 수확기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이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는 원리다.
농업수입감소보험금은 보험기간 내(계약체결일 24시~수확개시 시점)에 약관이 정한 재해로 피해율이 자기부담비율을 초과하면 지급한다. 이때 보험금 액수는 피해율이 좌우하는데, 이 피해율을 결정짓는 요소가 기준수입과 실제수입이며, 여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치가 기준가격과 수확기가격이다(표 참조).
이 때문에 기준가격과 수확기가격이 낮을수록 농가의 실제 손해와 달리 피해율이 낮아지거나 보험금 지급 기준선을 넘지 못하기도 한다. 농가로선 실질적인 가격보장을 받기 어려운 셈이다. 수년간 수입보장보험에 가입했어도 수확량 감소에 따른 보장은 받았지만, 가격보장은 받기 어려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성 사무처장은 “가격하락 손실 보상 기준을 현재 1kg당 800원으로 본다. 그 아래로 떨어져야 보험금이 나올 수 있다는데, 그 이하로 떨어질 일이 없다”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공시한 최근 5년간 양파 품종별 기준가격과 수확기가격을 보면(올해는 아직 미고시), 기준가격이 수확기가격보다 더 높았던 적은 2019년과 2022년(조생종만)뿐이다. 수확기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다고 양파 농가들의 손해가 없는 것도 아닌 만큼 낮은 기준가격으론 현장의 피해를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기준가격이 적어도 1kg당 1067원은 돼야 하고 이 경우라도 자부담을 빼면 적자라는 게 성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이에 자부담률도 낮춰야 한다고 본다. 농작물재해보험 자부담률은 10%이지만, 수입보장보험은 20%·30%·40%(계약시 선택)로 하한선이 20%라서다.
아울러 이상기후에 대한 손실 보장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2일 이상기후로 인한 양파 생육불량을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현재 피해 현황을 조사 중이다. 지난 3월 하순부터 출하된 조생종 양파는 2~3월 저온과 일조량 부족 등 영향으로 크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구 비대), 전년에 견줘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감소했다(전년비 7.1%·평년비 9.8%↓). 5월 중순부터 출하되고 있는 중만생종 양파의 경우 추대(꽃대 발생)·분구(2개 이상 분리된 구 형성) 등 피해가 발생될 우려 때문이다. 보험조사 현장에서도 이번 재해에 대해 ‘이런 경우는 처음’이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보험적용 품목과 지역 확대 등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개선돼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강선희 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이는 수입보장보험만의 문제가 아니고 농작물재해보험의 문제기도 하다. 현실적으론 시범사업이라 가입농가가 미미해 양파 농가 일반의 문제로 확대해서 보긴 어렵다. 시범사업 이외 지역 양파 농가는 가입을 원해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 수입보장보험의 본사업 확대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정책보험에 대한 농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의 말이다. “생산비도 보장되지 않는 가락시장 경매가로 기준가격이 책정되고 그도 너무 낮다는 게 근본 문제다. 보험의 보장성이 낮으면 보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기준가격이 현실적으로 책정되도록 산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농산물 가격이 매우 불안정하므로 수입보장보험 사업이 확대돼야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과 똑같은 문제가 있다. 보험 적용 기준수확량이 낮고, 자연재해로 인한 품질 저하임에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보상 대상에 넣지 않는 문제는 사실 벼·과수 등 재해보험 가입 농가들이 공통으로 오랫동안 제기해 온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투입 예산에 비해 만족도가 낮은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정책보험이란 특수성, 막대한 정부·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충분한 보상으로 정책 수혜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 3월 농식품부는 2024년 주요 업무계획 발표에서 내년부터 수입보장보험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7개 대상 품목 적용 지역을 현재 35개 시군에서 전국으로 확대(2023년 추가되는 보리·식용 옥수수는 지역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20일엔 관련한 개편·확대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고했다. 여기에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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