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신고 대상에 해당 안돼
수입보장보험 확대 추진 어려워
‘사업자등록 포함’ 대안으로 제기
과세특례 폐지 얽혀 반대여론 커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4. 6. 3
농정당국이 농가소득 안정화의 대안으로 농업수입보장보험 확대·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농가소득 파악 체계를 고도화하는 일이 농정 현안으로 떠올랐다.
◆농가소득 파악 문제는
취약한 농가소득 파악 체계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였다. 당시 외식 감소와 함께 농산물 소비가 위축되면서 많은 농가가 피해를 봤지만 소득 감소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재난지원금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반면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국세청이 수집한 과세자료를 바탕으로 별다른 증빙 없이 피해 사실을 확인받고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농가소득 정보가 과세당국에 수집되지 않는 건 대부분 농가가 소득세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에 따라 곡물 및 식량작물 재배업은 과세가 제외되고 이밖의 작물재배업에 대해서도 매출액 10억원까지는 비과세한다.
농가는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다보니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물론 저소득 가구의 근로와 자녀 양육을 장려하기 위한 근로·자녀장려세제에서도 소외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가소득 안정화 수단으로 수입보장보험을 본격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배경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정부는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를 통해 농가소득을 집계한다. 하지만 개별 농가가 아니라 농가의 평균 수준만 보여주는 데다 표본조사의 한계로 통계 정확성 문제가 자주 지적된다.
5월30일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한국농식품정책학회가 공동 개최한 ‘농업 소득 정보의 한계와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이명헌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농가경제조사 표본이 농가 구조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2021년 조사에선 표본 중 70대 이상이 52.1%를 차지했는데, 실제 이 세대의 비율은 39.7%(‘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준)에 그쳤다. 끝자리가 3·8로 끝나는 해에 표본이 교체될 때마다 단층이 생기는 것도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대안은
농가소득을 파악할 확실한 방법으로는 농가를 사업자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거론된다. 현재는 ‘소득세법’에 따른 농업소득 과세특례 때문에 대부분의 농가가 사업자등록을 할 의무가 없다. 농가가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면 매출액과 비용 등 사업 성과를 과세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사업자등록이 농업소득 과세특례를 폐지하는 것과 얽혀 있고 이에 대한 농업계의 저항이 크다는 점이다. 홍정학 새길택스 세무사는 “과세특례가 폐지되면 농가가 저절로 소득세 신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며 “과세특례 폐지는 농가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게 아니라 농업정책의 효율성 개선 등을 위한 측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과세에 대한 농가의 심적 반발감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령농 등의 회계장부 기장 부담도 문제다. 김후주 주원농원 대표는 “대부분의 청년농은 온라인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지금도 과세 의무와는 별개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다”면서 “청년농도 회계 정보가 부족하거나 농번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대리인에게 기장을 맡겼다가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은데 고령농은 오죽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업자등록이 농가소득 파악을 위한 종착지라면 중간단계로 ‘표준소득액’ 등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농촌진흥청이 주요 작물별로 표준소득을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경영체 등록정보에 포함된 면적 수치를 곱해 작목별 표준소득(산출)액을 만들고 재해 등이 발생할 때 이를 농가에 통지해 이보다 소득이 얼마나 증감했는지 확인해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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