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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일 정부가 발표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실제로 이행되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이 농산물을 싣고 전국에서 올라온 차량으로 북적이는 가운데 하역노동자들이 지게차와 전동차에 농산물을 싣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톺아보기 연재기획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6. 2
나날이 강도를 더해 가는 이상기후의 여파로 농산물 피해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생육장해와 병충해 발생이 급격히 늘어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이로 인한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 상황까지 지속되고 있다. 자연스레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한 의문과 문제 제기가 뒤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1일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재탕 대책이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전과 결이 다른 대책들도 분명 눈에 띄는 만큼 세부 추진계획과 이행방안 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농정>은 개선방안을 톺아보려 한다.
정부가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의 세부 추진방안 최상단에는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 제고’가 자리했다. 아울러 4대 전략의 가장 첫머리를 장식한 공영도매시장 공공성·효율성 제고는 △도매시장 내 경쟁 확대 △도매시장법인(도매법인) 공공성 강화 △도매가격 변동성 완화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실태 점검단이 2주간 공영도매시장과 산지 APC, 위판장, 민간 저장업체와 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현장을 점검한 결과, 도매 유통단계에서 △시장 내 경쟁 제한 및 도매법인 수익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검토와 경매가격 변동성 완화 필요성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는 가장 먼저 도매시장 내 경쟁을 확대할 방침이다. 도매법인 지정 기간과 상관없이 성과가 부진한 기존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고 도매법인 간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 특정 도매법인의 품목 제한을 해제하겠단 계획이다. 이 밖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위탁수수료 적정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며, 출하자 지원 등을 위한 도매법인의 공익기금 출연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달 23일 연구용역을 공고한 상태다. 연구용역에선 성과 부진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 의무화 방안을 검토하고 신규 도매법인 공모제 시행 방안과 신규 도매법인 진입 확대를 위한 도매법인 적정 수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한 전담인력 확보 의무화 등에 대한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6월 3일 개찰을 통해 계약이 체결되면 4개월 동안 연구용역이 이뤄질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를 토대로 하반기 무렵 세부 추진계획 마련과「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성과 부진 도매법인 지정취소 의무화 및 신규 도매법인 진입 확대를 위한 연구용역을 이미 2022~2023년 실시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원 발의된 개정안도 상정이 되긴 했지만,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법안 개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다시금 마련해야 하는 만큼 개선방안 전체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을 다시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거래 제도 다변화 필요성을 역설해 온 대다수 유통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측 개선방안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도매법인 지정 취소 등의 대책은 이전에도 여러 번 화두가 됐던 부분인 만큼 세부 계획과 실제 이행 여부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성과에 따른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가 의무화되고 전체 도매법인 수를 기준에 따라 운영하는 것, 신입 도매법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모두 실질적인 내용으로 도출이 돼야만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외에 개선방안 중 최근 가락시장 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특정 도매법인(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해제는 그간 농식품부가 내놓았던 이전의 대책들과 다른, 새로운 접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가락시장 개설자인 서울시와 운영·관리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아닌 농식품부가 직접 품목 제한 해제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시행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해 농식품부는 서울시에 품목 제한 해제 권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 확대는 그간 서울시와 서울시공사가 여러 번 손을 댄 이력이 있다. 2년 전 무렵부터는 품목 제한 해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분석되기 시작했지만 일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등 유통 주체 반발로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배추·무·양배추·대파 등 8개 품목만을 제한적으로 거래 중인 대아청과의 품목 제한을 해제함으로써 도매법인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품목 제한 해제가 특정 도매법인에 국한된 ‘혜택’이란 주장을 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오히려 대아청과가 거래 중인 품목들의 독점을 해소할 수 있을 거란 가능성에 무게를 더 싣는 상황이다. 품목 제한 해제를 바라보는 시장 내부의 시선과 다소 결이 다른 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실태 점검단의 점검 결과 대아청과가 거래 중인 배추·무의 비중이 가락시장 전체 거래량의 70~80%를 상회했고, 총각무는 99%를 넘어 100%에 이를 정도였다. 배추·무 등은 수급이 까다로운 품목으로 꼽히는 데다 다른 도매법인들의 품목별 거래 점유율이 15~20%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독점 구조는 시장원리 상 맞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라며 “지난 코로나19 시기 다른 도매법인 소속 중도매인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격리됨으로써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있는 만큼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 품목별 정상적인 경쟁이 가능하게끔 거래 구조를 변화시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건 세부 계획과 실제 이행 여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품목 제한 해제와 관련한 세부 추진계획의 경우 서울시와 공사가 최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약 2년 전 도매법인 재지정 과정에서 품목 제한 해제에 대한 타당성 연구 용역을 실시한 바 있는 만큼 품목 제한은 큰 탈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품목 제한이 해제되더라도 당장의 산지 출하인 확보와 중도매인 추가 채용, 소비지 마련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아청과 입장에선 많은 투자가 불가피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994년 시장 진입 이후부터 품목 제한 해제를 숙원 과제로 품고 있었던 만큼 대아청과는 거래품목 확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단순히 도매법인의 품목 제한을 푸는 것을 넘어 대아청과 거래품목 확대가 가락시장에 불러올 영향은 전체 도매법인 간의 경쟁 촉진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도매법인 간의 경쟁 촉진이 산지 투자 확대 등 출하자 혜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개선방안의 이행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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