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발표한 통계청 ‘2023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평균 농가소득이 5083만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5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즉각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며 치적을 홍보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농업 상황이 농식품부의 홍보와는 반대로 악화일로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최근 몇 년 사이 대두됐듯 ‘1인 농가’가 통계에 누락됐다는 점이다. 1인 농가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농가의 22.6%에 달하며 그 소득은 2인 이상 농가보다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1인 농가 소득을 반영하면 평균 농가소득이 800만원 이상 낮아진다는 계산이 이미 3년 전에 나왔음에도 이 맹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업 현장 곳곳에서 통계 부풀리기 의도를 의심하고 있으며 정책 기초자료로서도 오류의 소지를 안고 있다.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우선 농가부채의 증가가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3500만원 안팎에서 유지돼온 평균 농가부채가 지난해 4158만원으로 치솟았다. 농가소득 5000만원뿐 아니라 농가부채 4000만원 역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중 농업용 부채만 따로 떼 보면 1574만원인데 이는 전년대비 26.1% 증가한 액수며 2007년 이래 최대치다. 특히 농가소득을 견인하고 있는 두 지역(소득 제주 6053만원, 경기 5315만원)에선 부채가 소득을 초과(부채 제주 9448만원, 경기 6285만원)하는 현상이 확인된다.
무엇보다, 농업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건 농가소득 중에서도 ‘농업소득’이다. 농업소득이 수십년째 제자리에 묶여 있다는 건 우리 농업이 마주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가구 평균 농업소득은 조사기준이 확립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1000만원 안팎을 맴돌고 있으며 지난해 역시 1114만원에 그쳤다. 20년 전인 2004년(1205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순전히 농업만으론 정상적인 생계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며 20년 이상 문제가 이어진 이상 정부의 개선 의지가 박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농외소득이 지속 증가하면서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중반 40%에서 2010년대 중반 30%로, 최근엔 20% 수준으로 내려앉게 됐다.
도시근로자와 비교해 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농가소득 통계와 같은 조건(2인 이상 가구)의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을 1년으로 환산하면 8165만원이며 이 중 근로소득이 6909만원이다. 도시근로소득이 농업소득의 6배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에 직불금 등 정책지원이 활발해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2~3배의 이전소득이 발생한다지만 이 역시 큰 의미를 갖진 못한다. 농가 농업소득+이전소득이 2833만원인 데 반해 도시근로자가구 근로소득+이전소득은 7586만원. 근본적으로 농업소득을 높이지 못하는 이상 도농 간 형평은 이뤄질 수 없고 정부가 줄기차게 부르짖는 지역 균형발전 역시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농가소득 5000만원’은 때깔 좋은 구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엔 농정 주체인 농식품부의 치욕이 낱낱이 시각화돼 있다. 사실관계 분석을 떠나, 당장 현장 농민들이 극도의 경제적 고충을 호소하는 마당에 현실과 동떨어진 치적 홍보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특히 ‘도시근로자가구 소득 8000만원’이 대다수 도시민들의 실정에 부합하지 않듯, ‘농가소득 5000만원’이 내포하고 있는 통계의 함정 역시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과 정책설계자들로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