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경남 창녕농협 산지공판장에서 열린 첫 마늘 경매에서 농민들이 경락값을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쳐다보고 있다.
창녕서 산지공판장 첫경매 돌입
덜 말린 마늘, 2년 전의 절반값
생산량 감소 예상에도 값 제자리
전남 밭떼기거래가격 작년 수준
소비촉진·농가소득안정책 필요
농민신문 창녕=김광동, 무안=이시내 기자 2024. 5. 29
벌마늘 피해 확산으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지 마늘거래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해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서종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에서 최근 마늘 경매를 시작했지만 가격이 2년 전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전남에서는 밭떼기거래 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농가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녕 산지공판장 경매 시작…가격은 2년 전의 절반 수준=창녕농협·우포농협·이방농협은 27일 각 농협의 산지공판장에서 2024년산 마늘 첫 경매를 진행했다. 보통 마늘은 수확한 뒤 20일가량 건조·선별한 건마늘로 출하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수확 후 밭에서 2∼3일 말린 다음 주대를 잘라 망에 담아 출하하는 덜 말린 마늘을 경매한다.
이날 첫 경매에서 대서종 상품 1㎏ 평균 경락값은 창녕농협 1980원, 우포농협 1909원, 이방농협 1856원이었다. 2년 전 첫 경매일에 형성된 3700∼4000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29일에는 2400원 안팎으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창녕에서는 지난해 마늘 경매를 하지 않았다.
창녕지역이 올해 상대적으로 벌마늘 피해가 적고 작황이 좋은 편이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던 농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마면에서 마늘을 출하한 한 농민은 “올해 마늘농사가 잘돼 1㎏당 3000원 이상은 받을 줄 알고 마늘 77망(20㎏들이)을 출하했는데 2130원에 낙찰돼 너무 속상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변임관씨(73·경북 청도)는 “6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데, 작황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며 “하지만 첫 경매부터 가격이 너무 낮아 앞으로 어떻게 출하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산지거래 실종된 전남…생산량 감소에도 가격은 제자리걸음
밭떼기거래는 얼어붙어 일부 특상품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산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밭떼기거래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3.3㎡(1평)당 1만∼1만2000원이다. 산지공판장 평균 경매값도 전남 고흥 풍양농협 기준 반접(50개)이 6000∼7000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생산량 감소가 명확한 데도 가격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실제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심지어 지난해 가격도 전년보다 최대 40%까지 하락한 것이어서 농가들은 한숨을 더 깊게 쉬고 있다.
박안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남 해남군지회장은 “마늘 생산량은 지난해 한마지기(200평) 기준 300접이 나왔다면 올해는 160접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물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전남마늘 주산지협의회는 벌마늘에 대한 채소가격안정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전남지역 사업 참여율이 15% 정도여서 수급안정에 큰 효과가 없는 데다 이 가격으로는 높아진 생산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허용식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남사무처장은 “자재비를 포함한 마늘 생산비가 1㎏ 기준으로 4700원이 나와 사업 보전단가가 한참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채소가격안정사업에 참여한 농가에게 1㎏당 2400원(농가 정산가 1920원)에 벌마늘을 매입해 8월 중순까지 출하를 연기하기로 했다.
◆문제는 소비부진…강력한 대책 필요
생산량 급감에도 매년 마늘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소비량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특히 남도종 마늘은 김치 소비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김영석 전남도 식량원예과장은 “남도종은 알싸한 향 때문에 김치공장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1인당 김치 소비가 20년 새 30% 이상 줄어드는 바람에 남도종 마늘도 덩달아 소비부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남도는 지역에 있는 먹자 골목을 중심으로 ‘국산 김치 자율 표시제’를 적극 홍보해 표시제에 참여한 음식점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산 김치 소비를 촉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마늘 소비를 더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영석 해남 땅끝농협 조합장은 “김장철뿐만이 아니라 햇마늘을 출하하는 시기에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늘농가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각종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마늘농가들의 생산비가 크게 치솟은 상황”이라며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농협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마늘농가는 적자를 면치 못할 상황”이라며 “남도 마늘의 명맥을 잇기 위해선 정부가 농가소득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