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17일 ‘한국형 농업경영안전망 설계, 쟁점 진단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KREI·KDI ‘한국형 농업경영 안전망 설계, 쟁점 진단과 향후 과제’ 토론
가격지지로 공급과잉 초래 우려
직불방식·보험방식 정책 확대를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2024. 5. 21
양곡법 및 농안법 개정에 대해 농가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가격지지 정책은 농산물 공급과잉을 수반하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격의 불안정 속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농가소득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춰 제도개편과 재정 뒷받침을 고민할 때란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형 농업경영 안전망 설계, 쟁점 진단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안병일 고려대 교수는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 이슈에 대해 “가격을 지지하면 초과공급, 과잉생산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온다”면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가격지지 정책을 썼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이 식량증산을 위한 수단으로 가격지지 정책을 사용했고, 이후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과잉되니까 수출정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재정 부담을 떠안고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과잉된 물량을 싼값에 국제시장으로 밀어냈다. 이처럼 국내 가격지지나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보조금은 안 된다는 측면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이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었고, WTO(세계무역기구)의 주요내용이 됐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안병일 교수는 “농가소득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가격지지 방식은) 부작용이 크게 우려된다”면서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직불제와 보험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정치권이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황성혁 전북대 교수는 “정책의 지향점이 가격의 급등락을 줄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격의 불안정 속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농가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된다”면서 “보험방식이 됐든, PLC(미국의 가격손실보장제도)방식이 됐든, 이 둘을 결합한 방식이 됐든, 직불제 형태의 소득이전 방식이든지 우리 특성에 맞는 경영안정 제도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황 교수는 “(경영안정 제도는) 재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공감대 형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경영안정프로그램에 대한 마스트플랜(구체적 계획)과 실천계획을 짜가는 것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의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승준호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가격지지 방식의 제도, 쟁점과 선결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쌀 시장격리 및 농산물가격안정제 도입 시 문제점 등을 설명했다. 승준호 부연구위원은 “기준가격 설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제도 도입 시 재정 부담 증가 또는 예산 불용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과거 목표가격의 경우 5년 주기로 갱신하는 것으로 법률에 명시해두었음에도 시장상황을 반영하기 보다는 계속적으로 상향 조정해서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1990년 이후 쌀 소비량은 연평균 2.3%씩 감소하는 반면 육류는 3.5%까지 증가한 바 있다”면서 “쌀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고, 생산량이 증가할 경우 시장가격이 하락하겠지만 고정금액이 클 경우 농가의 생산유발 가능성 있다”고 강조했다. 승준호 부연구위원은 가격안정제에 대해 기준가격 설정 방식, 과도한 생산 유발 및 재정 부담 증가 가능성, 기존 제도와 정합성 등을 고려해 신중한 논의 및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후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업수입 안정을 위한 정책과 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기후 및 기상의 불확실성 증가, 가격하락의 위험 등 농업경영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소개했다. 김태후 연구위원은 농업수입 안정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시장에 대한 왜곡 없이 수입지지 혹은 수입 변동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가야되고, 직불방식과 보험방식의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5조원으로 확대되는 직불금이 직불방식과 보험방식의 정책을 확대하는데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