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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경영안정 ‘농업수입보장보험’이 해답될까
민주당 가격안정제 추진 맞서 농식품부, 보험확대대책 제시
가입률 낮고 데이터·정보 부족 논의기구 만들어 재점검 필요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5. 21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28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농업경영안전망’이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배경은 요동치는 농업소득에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근 5년간 농업소득 증감률은 -26.8∼28.6%로 변동폭이 가팔랐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농가의 소득 불확실성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농가 경영안전망 확충 필요성에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만, 실현방안을 둘러싸고 이견이 첨예하다. 야당은 농산물 기준가격 설정을 전제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주장한다. 정부는 반대하며 소득 지지에 초점을 둔 ‘농업수입보장보험(수입안정보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영안전망 둘러싼 공방은
경영안전망 확대를 위해 야당은 농산물 가격안정제를 골자로 한 ‘농안법’ 개정을 추진한다.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쌀과 주요 농산물에 적정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의 일정 비율을 보전하는 제도다. 이때 기준가격은 평년 시장가격을 기점으로 하되, 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정한다. 또 기준가격, 제도 대상 품목, 차액 보전 비율은 ‘가격안정위원회’에서 논의·설정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안법’ ‘양곡법’ 개정에 지속적으로 반대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개최한 ‘제2회 KREI 농정토론회’에서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은 영농편의성이 높은 쌀 등 특정 품목으로 쏠림을 유발하고 공급 과잉, 가격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가 경영안전망 구축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수입보장보험’이다.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국면에서 농식품부는 수입보장보험 확대를 후속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초 신년사에서 수입보장보험 확대에 기반한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을 6대 중점 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수입보장보험은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발생한 손해까지 보상한다. 수확량만 보장하는 농작물재해보험과 달리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보장해 더 강화된 소득 안정 장치로 여겨진다. 2015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돼 2023년 기준 콩·포도 등 7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초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내놓고 수입보장보험 대상 품목을 보리·옥수수 등을 포함한 10개로 확대하고 본사업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확대 요원한 수입보장보험
하지만 수입보장보험은 10년째 시범사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정확한 농가 수입 파악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경영손실에 따른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보험금을 계산하려면 실제 수입이 파악돼야 하지만 국내 대다수 농가는 농업과세 특례로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다. 현재는 수확기에 생산량을 측정하고 여기에 시장가격 등을 곱해 수익을 추산한다. 이때 생산량 등은 수확기에 전수 조사하고 있어 측정 부담이 크다. 황성혁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는 “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가입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와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며 “국내에는 아직 그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보험 도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가가 수확량을 신고하고 향후 보험사가 사후 검증하도록 가입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소득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전면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농업수입을 보장하는 보험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 모두 소득 신고에 기반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낮은 가입률도 한계점으로 자리한다. 농식품부의 ‘농업재해보험연감’에 따르면 수입보장보험 가입률은 2022년 기준 3.2%에 불과하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보험이 적용되는 작물 종류가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홍보 부족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금융 문해력 저하도 문제”라고 말했다.
◆대안은
수입보장보험 확대를 위한 중장기 과제로 언급되는 것이 농업소득 과세다. 농업소득 과세특례를 폐지해 소득 신고를 의무화하고 보험 가입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준 농민의 약 94%는 연 매출이 6000만원 이하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직불제 지급 단가를 늘려 소득 불확실성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우선 직불제를 확대해 수익 밑단을 올려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경영안전망을 재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황 교수는 “지금까지는 파편적으로 그때마다 필요한 경영안정 제도를 도입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며 “농업 경영안전망 도입을 위한 논의 기구를 만들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경영안전망을 구축한 대표 국가로 미국이 꼽힌다. 미국은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보상하는 가격손실보상제도(PLC)와 수입 하락의 일부를 보전하는 농업위험보상제도(ARC) 등을 마련하고 농가가 원하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도 재해에 대비한 대재해보험(CAT)·보완적농업재해지원제도(SADA) 등을 구축해 경영위험을 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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