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사전브리핑 때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이 한 말이다.
도매법인이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과도한 수익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현재 최대 7% 수준인 위탁수수료가 적정한지를 전국 9곳 중앙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전문 회계법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결과는 올 하반기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관련 연구용역 발주를 8일 요청했고 이후 내부 행정절차와 경쟁입찰 과정을 거쳐 6월 중순부터 4개월간 관련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매법인 위탁수수료율 상한선은 7%다. 전국 도매법인은 이 범위 안에서 품목별 유통비용을 고려해 수수료율을 제각기 책정해 운용한다. 농식품부가 펴낸 ‘2022년 농수산물 도매시장 통계연보’를 보면 중앙도매시장 9곳 가운데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평균 위탁수수료율이 6.86%로 가장 높고 가락시장은 4.71% 수준이다.
도매법인들은 우선 정부 검토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과도한 농산물 유통마진의 주범으로 도매법인만을 지목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비친다.
가락시장 A도매법인 관계자는 “위탁수수료로만 따지면 영업이익률이 20%대이지만 전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영업이익률은 0.7%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B도매법인 관계자는 “위탁수수료엔 하역비·검수비·판매관리비·출하장려금·시장사용료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면서 “출하자에게 대금을 우선 정산해주고 나중에 중도매인에게 받는 과정에서 보는 손실분까지 고려하면 위탁수수료는 필수불가결한 거래비용”이라고 항변했다.
위탁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산지-도매-소매’로 이어지는 유통단계상 기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있다. 강선희 한국양파연합회 사무국장은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상한을 낮춘들 인건비·물류비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체 유통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최종 소비자가격은 대형마트 등 소매단계에서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소매시장 유통마진이 적정한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탁수수료 상한선을 일률적으로 내린다면 가락시장을 제외한 다른 도매시장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재창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는 “일본 도매시장은 전체 거래물량의 90%가 정가·수의 매매로 거래돼 우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본은 2009년부터 위탁수수료를 자율화한 이후 도쿄 오타도매시장 내 동경청과의 수수료율은 현재 채소류 8.5%, 과실류 7%로 한국보다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도매법인 위탁수수료에 관한 자율권을 법인에 부여해 시장 특성에 맞게 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법인은 정가·수의 매매를 위한 자체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공익기금을 확대 조성하는 등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 힘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