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
 
 
    > 게시판 > 농산물뉴스
 
[농수축산신문] [Issue+] 재점화된 논란, 양곡관리법·농안법 톺아보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5-08 조회 1617
첨부파일 270960_114899_1750.jpg




           농업인 경영·소득 안정 ‘한목소리’…농업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특정 작목 쏠림으로 과잉생산
           과도한 재정 투입 우려

           민주당, 수급조절 통한 가격안정·소득보전
           국힘·정부, 공급과잉 심화·미래농업발전 저해

           농업 현장서는 농자재비·인건비·물가상승 등
           농가 경영비 부담 증가…지원 요구 높아



                                                                                       농수축산신문  이한태 기자  2024. 5. 7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된 범야권이 지난달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5건의 법안을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농림축산식품부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이들 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양곡관리법 논란이 사실상 재점화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뜯어봤다.


  # 양곡관리법 논란 재점화

농해수위가 지난달 18일 국힘 소속 의원 7명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개최하면서 양곡관리법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의원 11명, 무소속 의원 1명 등 12명은 만장일치로 양곡관리법, 농안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농어업회의소법안’,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등 5건의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들 법안은 지난 2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60일이 경과하도록 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상임위에서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투표해 의결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힘과 농식품부는 입장문을 통해 반대 입장을 전했으며 농업인단체도 품목별로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농업 전문가들 역시 평가가 엇갈리며 양곡관리법은 1년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본회의 부의를 의결한 안건은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본회의 부의 여부를 표결’한다. 민주당과 국힘·정부의 현재 분위기는 30일 이내의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상임위를 통과한 지난달 18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이달 하순 본회의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 과잉생산·막대한 재원 투입 우려 ‘공방’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 등 5건의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의결한 지난달 18일 국힘과 농식품부는 야당 단독 의결이라고 반발하며 ‘특정 작목에 대한 쏠림으로 해당 작목의 공급과잉과 과도한 재정 투입이 우려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지난해 대통령 재의요구(거부)로 본회의에서 부결, 폐기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동일하다”며 “(농안법 개정안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은 과잉생산을 부추겨 농산물 가격하락, 농가소득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도 같은 날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하면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되고 막대한 재원 사용으로 청년농이나 스마트농업 등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또한 밀, 콩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한 작물 전환도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농안법 개정으로 주요 농산물에 대한 농업인의 수급조절 의무 없이 가격을 보장할 경우 영농 편의성이 높고 보장수준이 높은 품목에 대한 생산 쏠림이 발생해 과잉생산과 정부 재정의 과도한 소요 등 악순환이 예상되고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통한 대상품목과 기준가격 등의 결정은 시행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격안정제에 투입되는 자금은 세계무역기구(WTO) 감축대상 보조금 한도 초과 시 국제규범 위반 우려가 있고 미국 등의 유사 사례도 소득과 가격을 동시에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WTO 농업협정은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를 감축대상보조(AMS)로 분류해 지급에 제한을 두는데 우리나라의 한도는 연간 1조4900억 원으로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은 막대한 재정이 요구돼 이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도 입장문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사실상 의무매입제’라는 국힘과 농식품부의 주장과 달리 시장격리 의무화가 아니라 농산물가격안정제도의 도입이 핵심”이라며 “쏠림 현상도 품목을 확대해 해결할 수 있으며 재원 역시 정부가 약속한 농업직불제 예산 5조 원에 포함되는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과 국힘·정부가 이처럼 대치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일부 품목 농업인단체까지 가세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될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 수급조절 통한 가격안정과 소득보전

민주당과 국힘·정부 간 입장 차는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은 ‘기준가격을 보장해줌으로써 주요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켜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힘과 정부는 ‘쌀 공급과잉을 정부의 의무매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초과생산된 쌀을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다’는 부분과 관련해 국힘에서는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의 유사성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의 목적과 작동방식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민관합동의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한 기준 이상으로 쌀값이 폭락하거나 폭등할 경우 시장격리 또는 정부관리양곡의 판매를 의무화함으로써 수급을 조절한다.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 매입(시장격리)을 통해 공급을 줄이는 대신 쌀값이 폭등하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을 시장에 풀어 공급을 늘림으로써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는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생산량을 매입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조건이나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생산량 3%이상, 쌀값이 평년대비 5%이상 하락’이라는 법적 발동기준을 두고 있으나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매입·판매의 가격과 물량을 위원회 심의를 거쳐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또한 ‘위원회가 기준가격을 정한다’는 점과 ‘가격이 폭등할 때 정부양곡을 방출한다’는 점도 차이를 보인다.

농안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위원회가 정한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의 일정비율을 정부가 농가에 보전하는 농가소득 보전방식을 택하고 있어 수급을 조절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이라 할지라도 기준가격을 민관합동 위원회가 결정하며 평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생산비와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정부가 목표가격을 정하고 국회가 동의하도록 했던 과거 쌀 변동직불제(목표가격제)와도 구분된다. 다만 쌀의 경우는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이 각각 작동해 수급조절과 농가소득 보전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 재배 쏠림현상과 AMS 한도 초과

국힘과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쌀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 구조적 공급과잉과 특정 품목에 대한 과도한 재원 투입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현재 전략작물직불 등 쌀 적정생산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수급관리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켜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농안법 개정을 통해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에 대해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기준가격을 보장할 경우 민주당의 설명처럼 해당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의 경영과 소득은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인건비 상승, 고물가 등 농업경영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보장되는 품목이 있다면 이들 품목에 대한 재배 의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를 품목을 폭넓게 확대함으로써 공급과잉과 수급불균형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충분히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선제적 수급관리와 함께 기준가격이 장기적으로 우하향하도록 설계된다면 보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정 투입과 AMS 한도 초과 등의 우려에 대해서 농식품부는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2027년까지 5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AMS 초과 시 온전한 지급이 어렵거나 국제규범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민주당은 과거(2005~2015년) 시점의 제도 시행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시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 시뮬레이션에서는 쌀을 포함한 16개 농산물에 대해 기준가격을 실질 평년가격으로 하고 차액의 85%를 보전할 경우 연평균 7.7개 작물에 발동돼 연평균 1조30억 원, 최대 1조236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됐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 AMS 한도 이내로 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쌀은 대상면적을 기준연도 면적으로 제한하므로 품목 특성상 최소허용보조가 돼 약 4조5000억 원까지 AMS에 미포함 된다”며 “타작물의 경우도 최소허용보조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AMS가 돼 콩, 양파, 배추가격이 함께 급락했던 2014년에도 1조2360억 원으로 한도액을 초과하지 않았고 그 외 연도는 980억~5630억 원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제도 시행에 따른 특정 작물 쏠림 등의 효과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농업인 목소리부터 제대로 들어야

농업인의 경영과 소득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추진될 당시 많은 농업인들은 ‘농업인이 빠진 정쟁’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농업인을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국은 정치 공방에만 집중해 농업인의 목소리보다는 여·야나 정부의 목소리만 커지는 상황이 됐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에도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정책의 의지를 가지고 농업 현장의 목소리에 보다 집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법이 농업인은 빠진 채 정치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소멸되면서 농업인을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농업 현장에서는 농자재비, 인건비, 물가 상승 등 농가 경영비 부담 증가에 따른 지원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부족해 법 개정 요구로 이어졌기 때문에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병완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전국협의회장(보성농협 조합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사실 시장격리는 지금도 요건이 충족된 상황인데 정부가 이행을 안 하고 있다”며 “농업인은 법 개정보다 모내기를 앞두고도 여전히 하락세인 쌀값과 벼값 등 현재 직면한 문제의 해결에 보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보형 농협벼전국협의회장(광천농협 조합장)도 “정부가 수확기 산지쌀값(정곡 80kg) 20만 원을 보장해준다고 했는데 현재 벼값(조곡 40kg)은 5만8000원 수준으로 농협이 생각했던 6만4000~6만5000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 요구가 나오게 된 배경도 정부가 제때 시장격리를 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농수축산신문] 독과점 물류기기 시장에 칼 빼들었다
  [농수축산신문] 가격보전, 농산물 수급안정 근본적 해결책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