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개정안이 다시금 농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가격보전 방식이 농산물 수급안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농업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어업위)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재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서 농산물 수급안정과 관련한 선진국의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위해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 김한호 농어업위 농어업분과위원장(서울대 교수)은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해외 농업정책’ 발표를 통해 농산물 가격위험에 대응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제도를 소개하며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은 미국·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가격지지 또는 정부 매입 등을 통해 예산과 정부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생산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양곡 관련 법 개정 논의와 과제’ 발표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생산비 등을 반영한 가격 보전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가격 신호에 따른 수급 조절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특히 급격한 쌀 가격 폭락 시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불가피하나 이미 기존 양곡관리법에서 대응 가능하며, 미비점은 통계의 정확성 제고로 보완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양곡관리법은 시장 수급조절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생산자가 과잉 생산의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명철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안이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 발표를 통해 최근 재논란이 되고 있는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최 정책관은 “특정품목 쏠림과 가격안정제 대상이 되지 않는 품목의 과소생산을 야기해 농산물 수급불안과 가격불안정을 심화시키고 과잉 품목의 경우 농가 수취가격을 하락시켜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특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사용돼 청년 농업인, 스마트농업 육성과 같은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 현장에서는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농가 경영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법률 개정안의 정책대상이 과연 중·소농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농업생산기반 확충과 농업생산 구조를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승운 금만농협 조합장도 “찬반 논리가 아니라 과잉구조의 쌀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며,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쌀 소비촉진에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최병문 꼬마농부팜 대표는 “ 매년 1조 원이 넘는 재정을 쌀에 투입해도 과잉 공급 구조의 쌀산업은 변화된 게 없는데 특정 품목에 계속해 재정투입을 해야 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농업인과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미래농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참석자들의 의견에 장태평 농어업위 위원장은 “농산물 수급안정은 시장기능의 정상적 작동을 통해 달성해야 하며, 가격보전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 “전문가와 농업인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통해 과잉 공급은 줄이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