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영농산물도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고 공공성을 강화한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을 2027년까지 현재 서울 가락시장 규모인 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선 2026년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을 100곳 구축한다. 소포장 유통에서 무포장(벌크) 유통으로 전환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최근 고물가 원인 중 하나로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과정과 과다한 유통 마진 등이 지적되면서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국민 눈높이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4월5일 농식품부·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한 특별팀(TF)을 꾸렸다.
TF는 4월19일까지 2주간 산지, 도매시장, 대형 유통업체 등 36곳을 대상으로 농수산물 유통실태 전반을 점검했다.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정부는 유통비용을 10% 이상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공영도매시장 공공성·효율성 제고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산지유통 규모화·효율화 ▲소비지유통 환경 개선 등 4대 전략 10대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
공영도매시장 공공성·효율성 제고
우선 도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한다.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르면 도매법인 지정 권한은 시장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지자체는 도매시장법인에 대해 통상 5~10년 영업할 수 있도록 지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정기간 내라도 성과가 부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도매법인을 곧바로 퇴출한다. 현재 임의 규정으로 돼 있는 지정취소를 강행 규정으로 강화하는 것을 통해서다.
지정기간이 만료된 법인에 대해선 시장 개설자(지방자치단체) 평가를 거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 이때 신규 법인이 지정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모제를 통해 정한다.
지자체가 신규로 법인을 지정하는 것도 의무화한다. 현재는 법인 지정 권한이 개설자에 있다 보니 추가 지정을 임의로 한다. 정부는 시장 규모에 맞는 법인수 기준을 신설해 시장 내 새로운 법인이 활발하게 들어설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가락시장 내 일부 도매법인에 대한 거래 품목 제한을 해소한다. 현재 청과도매법인 6곳 중 무·배추 등 8개 품목만 제한적으로 취급해온 대아청과의 지정조건 해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 수익 적정성 여부도 따진다. 현재 최대 7% 수준인 위탁수수료가 적정한지를 회계법인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전국 9곳 중앙도매시장 법인 중심으로 검토한다.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은 개설자가 도매시장의 시설규모와 거래액을 감안해 적정 수의 도매법인을 둘 수 있도록 하지만 적정 수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이 조성 중인 공익기금도 현재 10억원 수준에서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해당 공익기금은 출하자 지원, 수급안정 등에 쓰이게 한다.
도매가격 변동성도 완화한다. 전자송품장 적용 품목을 현재 무·배추·깐마늘·양파·배·팽이버섯 등 6개에서 올해 사과 등 16개로 10개 추가한다. 2027년까지는 가락시장 전체 193개 거래품목으로 확대한다. 전자송품장은 출하단계에서 품목·물량 정보를 입력하는 것으로 반입량을 예측하기 용이하다.
정가·수의매매 비중도 2022년 기준 19%에서 2027년 25%로 확대해 가격 진폭을 낮춘다. 도매 기준가격 공시제도도 현재 당일 도매시장 가격 상위 40% 평균값 공시에서 품목별 품질등급(상·중·하)에 따른 공시방식으로 바꾼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정부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더욱 활성화한다. 법인과 중도매인 간 거래만 허용되는 등 경쟁이 제한적이고 물류비용이 과도한 도매시장의 근본적 한계를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027년까지 거래규모를 5조원 수준으로 늘린다. 앞서 지난해 11월30일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 당시 밝힌 목표치(27년 기준 3조7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많다.
판매자 가입기준과 부류간 판매 제한도 완화한다. 판매자 연간 거래규모 한도를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고, 청과·축산·양곡·수산 간 판매 제한을 없앤다.
판매자·구매자 육성에도 힘쓴다.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핵심 판매주체로 양성한다. 농협·상인연합회 등을 통해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해 중소형 마트와 전통시장이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한다.
가락시장과 대구 북부시장 등 기존 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과 연계해 온라인도매시장 통합물류 기능도 확충한다. 도매시장에 단기저장·소포장 시설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재고관리 인프라를 갖춘다.
산지유통 규모화·효율화…소비지유통 환경개선
산지유통 규모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당초 2027년으로 예정됐던 거점 스마트 APC 100개소 구축 시한을 1년 앞당긴 2026년으로 조정한다. 사과·배는 2030년까지 APC가 전체 생산량의 50%를 취급할 수 있도록 시에이(CA·기체농도 조절) 시설을 갖춘 저온저장고를 확충한다. 2022년 APC의 사과·배 처리 비중은 21% 수준이다.
산지유통인 포전거래 중심으로 유통되는 배추·무는 농협이 연중 농작업 대행반을 운영함으로써 APC 취급 비중을 2022년 13%에서 2030년 20%로 높인다.
물류기기 시장에도 경쟁체계를 도입한다. 현재 팰릿과 플라스틱 박스 등 물류기기 시장은 독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성수기 물류기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물류기기 업체가 산지에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물류기기 이용 가격 공시제’를 도입해 농민이 가격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물류기기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인 농협 참여를 유도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무포장(벌크) 판매를 확산한다. 올 하반기 중 사과·양파 등 주요 품목 대상으로 농협하나로마트에 우선 도입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유통업체에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등 정부 사업을 우대해 적용한다.
사재기도 근절한다.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주요 유통업체 대상으로 ‘보유물량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업체별 보유 물량을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필요하면 ''''''''''''''''농산물 매점매석 고시’를 제정하는 것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