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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수입 증가...농가 경쟁력 강화·식량 자급률 하락 ‘명과 암’
농수축산신문 박세준 기자 2024. 4. 30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2004년 4월 1일 발효된 뒤 20년이 흘렀다.
지난 20년 동안 FTA 중심의 개방농정 체제에서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과 수입은 모두 꾸준하게 성장하고 수출입국이 다변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다양한 외국 농산물의 수입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농가 경쟁 격화로 인한 농가 양극화, 농식품 무역수지 적자 확대라는 그림자도 짙은 게 사실이다.
개방농정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FTA 체제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 1978년 시작된 개방농정, FTA는 2004년부터
우리나라 개방농정의 시작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정부 수매가격 인상 억제와 농산물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3차례에 걸쳐 수입 자유화 조치를 단행, 가공 농산물 위주로 182개 품목을 개방했다.
1984년에도 정부는 수입 개방에 사전 대비한다는 취지 아래 1988년까지 96개 품목을 추가 개방했다. 1988년에는 미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인 우리나라에 시장개방 압력을 가하면서 한·미 농산물 협상이 타결, 1989~1991년 3년에 걸쳐 142개 품목의 농림축산물 수입자유화를 결정했다.
1989년 10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국제수지보호조항(BOP조항)’ 원용 중단 결정도 개방농정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GATT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무역의 질서를 형성한 국제협정으로 당시 GATT 18조 B항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 일정 한도 내에서 수입제한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이후 국제수지 흑자를 계속 기록하면서 GATT BOP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원용 중단이 결정됐다.
이 결정으로 우리 정부는 농산물 수입예시계획을 발표, 1994년까지 131개 농림수산물 수입자유화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1989년 75.9%, 1991년 84.7%였던 농림수산물 수입자유화율은 1994년 93.7%로 90%를 돌파하게 된다.
1993년 GATT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은 개방농정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 사건이었다. UR 결과 우리나라는 쌀 관련 품목 16개를 제외한 모든 농식품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으며, 이에 2002년 이후 자유화율은 99.1%에 달하게 된다.
이후 세계통상질서는 UR에 따라 1995년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WTO 특성상 보다 진전된 통상규범 합의는 지지부진했다. 이에 소수의 당사국이 이해관계를 쉽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양자간 혹은 지역 FTA가 선호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1999년 9월 한·칠레 양국 정상의 FTA 협상 선언, 2002년 10월 타결, 2004년 4월 1일 협정 발효로 FTA 체제에 들어선다.
# FTA 20년, 농식품 수출·수입 모두 늘고 교역국 다변화돼
2004년 한·칠레 FTA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구호 아래 공격적으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FTA 체결에 나섰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가 체결해 발효 중인 FTA는 59개국, 21건에 달하며 지난해에도 필리핀, 에콰도르, 아랍에미리트(UAE), 과테말라, 걸프협력회의(GCC) 등 9개국과 타결했다. 또 지금도 우즈베키스탄, 몽골,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과 협상 중이다.
남경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이 지난달 16일에 발행한 ‘FTA체결 20년, 농식품 교역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발효 중인 FTA의 농업 부문 평균 시장개방률은 72.0%다.
국가·권역별 시장개방률을 보면 미국이 97.9%로 가장 높았고 96.3%의 유럽연합(EU, 영국 포함), 92.8%의 페루가 뒤를 이었다. 호주(88.2%), 캐나다(85.2%), 뉴질랜드(85.3%)도 낮지 않은 시장개방률을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의 FTA 체제 속에서 우리나라 농식품의 수출과 수입은 모두 성장했다.
우리나라 농식품 총수출액은 2004년 28억5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9억7000만 달러로 20년간 연평균 6.2% 성장했고 총수입액도 2004년 145억5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36억6200만 달러를 기록, 연평균 6.0%씩 성장했다.
20년 동안 FTA 체결국이 늘면서 전체 농식품 무역에서 FTA 체결국 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FTA 체결국을 대상으로 한 농식품 수출액은 71억2600만 달러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79.4%를 기록했으며 수입액도 363억8100만 달러, 총수입액의 83.3%를 차지했다.
특히 주요 농식품 수출액 증가율에서 전체 수출액보다 FTA 체결국 수출액이 훨씬 높은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혼합조제식료품은 지난해 수출액 총 10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20년간 연평균 5.2% 성장했지만 FTA 체결국을 대상으론 8억4000만 달러를 기록, 연평균 28.6%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FTA의 관세 인하 효과가 농식품 수출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보다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이다.
남 전문연구원은 “FTA 체결 이후로 급격한 수출 증가가 있었다기보단 전반적으로 해당 국가의 수요나 수급 상황 등에 의해 수출이 늘어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며 “관세 인하의 효과에 대해선 좀 더 세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농식품 수출입 국가 다변화도 FTA 체제에서 일어난 변화다.
보고서에 따르면 1에 가까울수록 특정 국가에 수출입이 집중되는 것을 의미하는 수출입 집중도를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 수입액 상위 25개 농식품 평균 수입집중도는 2004년 0.51에서 지난해 0.46으로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수출액 상위 25개 농식품 평균 수출집중도도 지난해 0.28로 2004년 0.36 대비 22.2% 감소했다.
이에 대해 남 전문연구원은 “특정 국가에 대한 농식품 수출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코로나19 대유행, 미·중 분쟁 등 국제적 이슈에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지만 다변화가 될수록 위험도가 낮아져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FTA가 교역국 다변화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농가 경쟁력 강화와 양극화라는 명과 암
지난 20년간의 FTA 개방농정 체제는 농가 경쟁력 강화, 소비자 후생 증가라는 빛과 농가 경쟁 격화와 양극화, 식량자급률 하락이라는 그림자가 있다는 평가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FTA가 메기를 풀어놓은 효과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농가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움직였고 정부도 시장개방을 이유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유무역을 하면서 경쟁이 격화돼 가격하락, 품질 상승 등의 이득을 봤다”고 덧붙였다.
남 전문연구원은 FTA를 계기로 농업 경쟁력 제고와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한 FTA 국내보완대책이 과수 농가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FTA 국내보완대책은 과수산업의 기후여건에 따른 품목별 작황 변화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산시설 현대화, 전문생산단지 조성 등 경쟁력 강화 사업과 우량묘목 생산, 품종개량, 브랜드화 사업 지원을 통해 과수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 교수는 “FTA 결과로 특정 품목 중 전문화·규모화에 성공한 농가는 수출까지 하고 있지만 영세농·고령농 등 경쟁력이 약한 농가는 더 어려운 시장상황을 마주하면서 농업소득이 줄어드는 등 농가 양극화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지난 20년 동안 각종 FTA로 농업·농촌·농업인은 붕괴되고 구조조정 당할 대로 당한 것”이라며 “중소농이 무너지면서 기업농화, 대농화 등 농촌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FTA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농업인들이 노력한 결과 케이푸드(K-Food)로 표현되는 수출길이 열렸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수입되는 농식품이 훨씬 더 많다”며 “구조조정의 결과 식량자급률은 계속 하락해 50%도 안되고 곡물자급률도 20%대로 떨어져 버렸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복합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난 20년간 주류를 이룬 양자·지역 협정과 관세 인하 중심의 FTA 대신 지역화·블록화된 메가 FTA와 검역, 가치규범 등 비관세 장벽이 통상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면서 이에 대비한 새로운 통상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대희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선진국들도 글로벌 복합위기 아래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 국제통상에서 국가안보 요소를 강화하면서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자간 메가 FTA를 통한 글로벌 통상체제의 지역화와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IPEF에선 전통적인 국제통상에서 다뤄지던 관세 부문은 제외되고 공급망, 노동, 기후변화와 같은 이슈들도 다루면서 미국과 미국의 우방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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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 [Issue+] FTA 체제 20년, 성과와 과제(下) 지상좌담 
[농수축산신문] 자유무역 중심 통상질서 한계 봉착...농업·농식품산업 ‘신 통상질서’ 대응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