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길 “26만원보장‘전면개정’” vs 축산관련단체“예산 낭비‘반대’”
농식품부, 연일 반대입장 보도자료 vs 민주당, 부의 법안 필요 설명자료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4. 4. 26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의 영수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회담 의제를 선정하는 실무협상에 ‘양곡관리법’ 과 ‘농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등이 올려졌다.
지난해 4월 재의요구권(거부권) 발동 경험으로 양곡법에 대해 부정적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대통령실·농식품부측과, 이에 대해 총선결과에 맞게 전향적 자세로 협조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민주당, 양측의 법안을 둘러싼 공방이 양보없이 치열하다.
문제는 영수회담 의제 선정에 앞서 양곡법·농안법 찬반논란이 농업계에서 먼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흡사 지난해 ‘양곡법 거부권 파동’ 으로 농업계 내부 깊은 상처를 남겼던 갈등 상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5월 28일 점쳐지는 가운데, 한달남짓 숙려기간동안 양곡법·농안법 관련 정부 주관 홍보일정이 예정돼 있어 정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예측이다.
지난 18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양곡법, 농안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등의 직회부 요구 건이 의결되자마자, 농식품부가 즉각 반대입장을 발표하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18·19일 연이틀 보도자료를 내고, “ ‘쌀 의무매입’ 과 ‘농산물가격안정제’ 는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미래 농업에 투자될 재원을 잠식하는 등 농업·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는 제하의 반대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부측 반대논리 요점은, 정부가 쌀을 비롯 농산물값을 일정 보전해주면, 농민들이 해당 농산물 생산만 집착하고 급기야 똑같은 농산물이 과잉돼서 정부 재정이 많이 들고 악순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서 송미령 장관까지 나섰다. 송 장관은 24일 충남 청양군에서의 ‘농촌소멸 대응을 위한 현장 간담회’ 일정에 앞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농업인들이 편한 농사하고 싶고 정부가 사주고 가격보장해주면 쏠림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품목은 가격도 떨어지고 소득도 떨어진다” 면서 “정부가 그쪽(가격보장 품목)에 집중하면 재정 투입할 수밖에 없고, 청년들이 들어와서 디지털전환하는 일 등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양곡법 반대를 명확히 했다.
농업계에선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가 양곡법 직회부 반대, 즉‘농식품부 편’에 섰다. 축단협은 23일 23개 축산단체 품목조직별 연대성명을 내고“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수 조원의 예산이 소요돼 양곡을 제외한 축산업 등 타 품목에 대한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달았다. 여기에 축단협은“기존 농민단체와 연합회가 이미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표해 왔음에도, 농어업회의소라는 또 다른‘옥상옥’기구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농어업회의소법 직회부 요구 건까지 싸잡아 반대했다. 이 또한 농식품부 반대 입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배포하며 찬성쪽 여론몰이에 나섰다. 민주당은 설명자료를 통해 농식품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채소가격안정제, 수입보장보험 등 미약한 정부의 대책은 농가 경영위험을 방지하기 부족하고, 특히 고물가 시대 도·농상생형 제도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또한 23일 원내대표회의 모두발언에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을 최우선해서 처리하겠다. 이법안은 주요 곡물과 농산물의 가격 보장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소비자와 농민 모두를 살리는 일석이조의 법안” 이라며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전에 본회의 직회부된 주요 민생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 고 약속했다.
농업계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양곡법 전면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농이 19일 발표한 성명서에는, 민주당의 법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장 농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빠진 ‘누더기’ 개정안이라는 지적을 달았다.
전농은 “전농이 주장하는 양곡법 전면개정안은 생산비는 물론 농민들에게 일정수준의 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쌀 공정가격’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누더기 개정안, 후퇴한 개정안이 아니라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을 통해 쌀 공정가격 26만원을 보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같이 농업계가 다시 편 갈린 주장에 나선 것에 대해 정부를 조준하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농민단체별 농정 요구안 등 이해관계를 셈해서 이를 고리로, 지지세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신빙성있게 제기되고 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농업계에 지난해 양곡법 논란과 똑같은 형태의 틈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의 농민단체를 선동하는 교언영색은 강하고 집요하다” 면서 “지역농민들은 농정운동의 중앙임원을 불신하고, 농민단체끼리도 감정대립까지 보이는 사례가 부지기수인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자유로울 순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
[농민신문] 서울 대형마트 모든 일요일에 문 여나…조례안 상임위 통과 
[농업인신문] 일본 농수산물 방사능오염 여전…수입금지 강화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