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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적인 이상기후로 피해가 발생한 제주지역의 마늘 작황.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제공
2차 생장, 무름병 등 지역마다 이상기후 영향 확인돼
제주지역 생산량 급감 전망…‘재해’ 인정 여부에 촉각
포전거래 평년보다 부진, 가격까지 낮게 형성되는 추세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4. 26
잦은 강우와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마늘 작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산지 일부 지역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확인되며, 농민들은 올해 생산량 감소를 우려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포전거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인데, 농민들에 따르면 작황이 무너진 주산지에선 포전거래를 하겠다고 나선 산지유통인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실정인 데다, 전국 유일의 주대마늘 공판장인 고흥 녹동농협이 올해부터 공판장 운영을 하지 않는 까닭에 기준가격 소실로 인한 단가 하락 걱정 또한 확산되고 있다.
# 이상기후 여파…피해 점차 확산
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 마늘협회)에 따르면 현재 남도마늘 주산지인 제주지역을 비롯해 전남 무안·고흥, 경북 고령, 경남 창녕·남해·하동 등의 지역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2차 생장(벌마늘) 및 무름병 발생 등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주산지 농민들은 무름병 발생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제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생산량 감소가 전망된다고 토로 중이다. 특히 남도마늘 주산지에서는 벌마늘이 평년보다 많이 발생함에 따라 포전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수확을 보름가량 앞둔 제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강경택 마늘협회 제주도지부 회장은 “생육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이 정도로 심각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2차 생장이 심한 데다 병해충이 수반돼 수확을 할 수 없을 만큼 작물이 내려앉는 상황도 속출 중이다”라며 “벌마늘만 한 30% 이상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 상관 없이 제주마늘 전체가 비상이다. 생산량도 문제지만 상품 마늘이 거의 없고 생육 저하가 심각해 수확기도 열흘가량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줄어든 포전거래, 가격마저 못마땅
하지만 문제는 작황뿐만이 아니다.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포전거래마저 활발치 않은 데다 산지유통인이 제시하는 가격마저 마뜩잖은 실정이다. 평년대로라면 5월 초순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제주에선 포전거래가 이미 활발히 진행됐어야 하지만, 거래에 나서는 산지유통인도 급격히 감소한 모양새다.
강경택 회장은 “포전거래하러 오는 상인이 아예 없다.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상인이 와도 거들떠보질 않는다”라며 “물량 상관없이 상품성이 괜찮다면 싸든 비싸든 거래가 될 텐데 지금 거래가 가능하지 못할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지고 비품까지 많다 보니 양이 없음에도 가격까지 좋지 않다. 농가 입장에선 참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남 해남군의 마늘 재배 농민 또한 “포전거래할 상인들이 돌아다니질 않는다. 아직 수확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 기준 거래를 한 농민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포전거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지만 녹동농협 공판장이 올해부터 경매를 진행하지 않는 까닭에 남도마늘 가격 형성에 대한 근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녹동농협으로 마늘을 내지 않더라도, 공판장 가격이 남도마늘 포전거래 단가 책정의 기준이 되곤 했는데 그게 없어지다 보니 상인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어서다”라고 전했다.
# 또 하나의 변수, 사라진 공판장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대마늘을 경매 거래하던 녹동농협 공판장은 올해부터 거래방식을 변경했다. 녹동농협은 경매제가 가진 가격 불안전성을 완화하고 관내 농가의 수취가격을 제고하기 위해 주대마늘을 ‘매취’ 방식으로만 거래할 방침이다. 매취거래는 농협이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구입·판매하는 방식이다. 농협은 계약·인수 시점에 농민에게 선급금을 지급하고, 판매가 완료된 뒤 잔금을 정산한다.
송정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고흥군지회 사무국장은 “남도산 주대마늘은 망마늘과 비교했을 때 40% 정도 비싼 값에 거래된다. 뿐만 아니라 고흥군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다르게 관내에 깐마늘 공장이 없고 자체 건조·저장시설을 갖춘 농가가 없는 까닭에 적지 않은 농민들이 주대마늘로 거래를 해왔는데 당장 거래할 방법이 사라진 상태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송정인 사무국장은 또한 “주대마늘을 경매하던 유일한 공판장이 거래를 않겠다고 하니, 포전거래 상인들이 벌써부터 형편없는 가격을 제시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어디 팔 곳도 없지 않느냐’는 식이다”라며 “단가를 지난해보다 20~30%가량 낮춘 상태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망작업을 거쳐 판매를 해보려 해도 건조·저장시설이 갖춰져 있질 않다 보니 여의치 않아 걱정이 크다. 행정에 올해까지만이라도 공판장이 운영될 수 있게 지원책 마련 등을 요구 중이나 받아들여지질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고흥군청은 주대마늘 취급 농협에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 정도를 고심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여러 현안이 산적한 까닭에 수확기가 가까워질수록 마늘 재배 농민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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