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노은시장으로 출하할 때면 경매장 진입부터 막막해집니다. 진입 통로도 협소한데다 양쪽에 불법 적재물이 쌓여 있어 혹여 모를 사고에 대비하느라 식은땀이 날 지경입니다. 이를 개선해 달라고 수 십 차례 요구했으나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장 모씨는 대전 노은시장 경매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이 혼잡스럽고 복잡한 내부 상황에 언제든 사고 위험이 높아 출하를 지속해야 하나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장 씨는 그간 거래를 지속해 왔던 경매사, 중도매인 등을 생각하면 출하처를 이동하는 것도 녹록치 않아 고민만 깊어진다고.
장 씨는 “농산물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이 농산물도매시장의 설립취지인데 왜 노은시장은 예외가 되는 것이냐”면서 “출하 과정의 불편을 감수하고 언제까지 노은시장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개설자에게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 노은시장의 경매장 혼잡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개장 당시부터 중도매인 점포 배분이 잘못된 탓에 현재까지도 경매장 구역에 중도매인들이 침범해 영업을 지속하면서 정작 출하 농업인들이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노은시장 전체 경매장의 1/4은 5톤 트럭 진입이 가능하지만 3/4은 1톤 화물차조차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난장판’이 따로 없다. 또한 설계 당시부터 농산물 반입 물량을 도크 시설을 통해 반입토록 했지만 중도매인들의 불법 적재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전이다.
더욱이 안전사고는 물론이고 선풍기, 난방기, 취사도구 등 갖가지 적재물로 인해 화재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어 출하 농업인들은 물론 시장 종사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대전시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제20조 ‘도매시장 개설자 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도매시장 개설자는 도매시장 시설의 정비·개선과 합리적 관리, 공정한 거래질서와 확립 및 환경개선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5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유통법인연합회 등 농업인단체들은 대전시에 ‘노은시장 경매장 내 혼재돼 있는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 경매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전시는 농업인단체에 “경매장 내 존치하고 있는 중도매인 점포는 노은시장 청과물동 시설개선공사를 추진하면서 경매장과 점포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 사용 수익허가자 간의 분쟁을 없애고 공유재산 사용허가서 면적에 맞게 정리하는 등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시설개선 예산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뚜렷한 이유없이 예산을 반납하고 시설개선사업은 첫 삽도 떠보지 못한 채 중단됐다.
노은시장 종사자들은 “노은시장이 떠안고 있는 문제들은 당초 계획대로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부족한 중도매인 점포를 마련해 주고 경매장 구역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다”면서 “기약없는 현대화사업보다는 시설개선사업에 즉각 추진해 경매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