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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국내 첫 공영도매시장 OO시장, 한국 농산물 유통 판도를 바꾸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4-17 조회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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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전벽해 60년, K-농업을 말하다] (3) 사람은 서울로, 농산물은 가락동으로…가락시장 개설 

          동양 최대 규모로 1985년 개장 

          경매제도 채택…거래 투명성↑ 

          대금 정산·판로 제공 안정화도 

          온라인시장 확대 등 환경 급변 

          경직적인 운영 방식 개선 필요 

          농가·소비자 중심 경영도 시급



                                                           농민신문  기획 =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2024. 4. 17



 지난 60년간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은 서울 가락시장 개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해외 차관까지 도입하면서 국내 첫 공영도매시장을 건립한 것은 농산물 유통에 관한 각별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농민이 출하하는 농산물 상품화 수준과 거래 양상도 질적으로 변모했다. 가락시장의 개설 의의와 발전방안을 살펴본다.


   # 국내 1호 공영도매시장 추진

서울 가락시장은 국내 최초의 공영도매시장으로서 농산물 유통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는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농안법)’을 공포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농산물 유통개선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농안법’ 제정과 더불어 정부는 1977년 8월부터 공영도매시장 건립을 추진, 가락시장을 1985년 완공했다. 가락시장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협소하고 낙후된 환경과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입지가 대량 소비시대에 부응해 농산물을 유통시키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산물도매시장은 대부분 도심에 있었고 장소가 협소해 교통체증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위탁상들은 비싼 임대료를 부담해야 했고, 이는 유통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농산물도매시장에는 일시에 많은 상품·인력이 모이므로 신속한 유통을 위해서는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 좁은 도매시장은 유통상 병목현상을 유발해 운영에 지장을 준다.

또한 당시 대부분 농산물은 위탁상이 수의매매를 해 거래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불공정거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새로 건설하는 도매시장에서는 기존 위탁상을 양성화해 흡수하고, 공개경쟁으로 거래하는 경매제로 전환해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 WB 차관 도입…동양 최대 규모 건립

정부가 투자한 최초의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1985년 6월19일 문을 열었다. 당시 가락시장은 54만7265㎡(16만5548평) 부지에 19만8628㎡(6만85평) 규모의 건물을 가진 동양 최대 규모의 농산물도매시장이었다. 가락시장 건설에는 세계은행(WB) 차관 5000만달러를 포함해 993억원이 투입됐다.

2022년말 기준 가락시장 건물규모는 44만2160㎡(13만3753평)로 확대됐으며 거래량은 청과 223만5000t, 수산물 8만1000t, 총거래금액은 5조5477억원에 이른다. 전국 도매시장에서 가락시장이 차지하는 점유비는 물량에서 34.5%, 금액에서 36.7%이다. 유통 종사자로는 도매시장법인 9곳, 중도매인 1901명, 하역인 1290명 등이 있다.

가락시장은 개장 초기 상권 형성이 부진해 상장 경매가 어려웠지만 1991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용산에 있던 시절부터 위탁 수의매매에 익숙했던 중매인 다수는 경매를 기피하고, 직접 산지에서 집하한 수탁판매에 치중했다. 1994년 ‘농안법’ 파동 등을 거치면서 가락시장의 경매 비율은 높아졌지만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상장예외제도·정가수의매매제도 등을 도입해 거래 제도를 안정화하고자 했으나 여전히 갈등이 지속됐다.



   # 농산물 유통 선진화 이끌어

가락시장 개설이 농산물 유통에서 갖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매 등 거래제도를 채택함으로써 과거 위탁 위주로 거래했던 시기보다 투명성이 높아졌다. 시장가격이 수급을 반영, 형성돼 원활한 가격 발견이 이뤄졌다. 출하자를 대변하는 도매시장법인과 구매자를 대변하는 중도매인이 견제와 균형을 맞췄다.

둘째 안전한 대금 정산을 통해 안심하고 출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가락시장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에서는 출하된 농산물이 경매나 기타 방법으로 거래가 완료되면 즉시 출하자에게 대금이 정산된다. ‘농안법’에는 출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매 또는 판매 즉시 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셋째 공영도매시장은 농가들에게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함으로써 농업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해왔다. 농민과 생산자단체는 공영도매시장을 목표로 하는 판매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과거보다 안정적인 가격에 대규모 물량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넷째 가락시장 경락가격은 전국의 기준가격이 되며, 도매시장에서 생성되는 각종 거래·물류 관련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유통주체(생산자·출하자·중간상인·구매자·소비자·물류업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 등)에게 신속히 분산·제공함으로써 시장활동과 관련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도매시장에서는 구매자(소비자)가 요구하는 품종·품질·상품규격·포장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생산자가 합리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경직적 거래제도 등 문제도 적잖아

가락시장은 농산물 유통개선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앞으로도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운영상 문제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가락시장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먼저 경직적인 거래제도에 따른 비효율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영도매시장에서는 경매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출하자별로 진열해 놓은 상품을 경매사가 이동하면서 흥정을 붙이는 방식 탓에 비용·물류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출하자·중도매인이 영세해 팰릿을 활용한 물류체계를 폭넓게 이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하역노조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

경매로 가격이 결정돼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가격 변화폭이 크고, 이 가격이 기준가격으로도 작용해 전체 농산물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것도 단점이다.

전자경매 도입 등으로 경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비리 등이 근절되지 않아 영세한 중도매인을 위한 경영근대화가 요원한 실정이다. 더욱이 공영도매시장 운영에 따른 과실이 소비자·농가보다는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귀속되고 있다.



   # 혁신 통해 국민 후생 향상에 기여해야

앞으로 가락시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산지와 직거래 비중을 늘리고 온라인 쇼핑 등 대안적 유통경로가 성장함에 따라 그 비중과 위상이 저하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도 가락시장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온라인도매시장은 거래 기능과 물적 기능을 분리해 유통 효율성을 도모하는 신개념 시장이다. 산지조직과 소비지 수요처가 온라인에서 구매·판매하고 상품은 오프라인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수요처로 직접 배송되는 구조인 만큼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가락시장은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시설 현대화가 끝나면 가락시장은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운영체계도 개선해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에서 지속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연한 거래제도 도입,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 간 경쟁 촉진, 산지 출하자와 구매자 등 고객 중심의 경영체제 확립, 수급·가격 안정화 체계 도입 등이 필요할 것이다.

가락시장이 공영도매시장으로서 투명한 가격 결정 기능을 유지·발전하고,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높은 물류비와 가격 변동성, 상인들의 전근대적인 경영행태 등을 개선해 21세기에도 소비자·생산자의 후생 향상에 기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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