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와 재해로 생산량이 급감한 사과의 가격이 유통구조 문제까지 겹치며 폭등하자 일각에선 검역 조건을 완화한 사과 수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 중이다. 하지만 농업계는 이에 대항해 철저한 검역절차 이행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수급상황에 따른 ‘일시적’ 수입조치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러나 사괏값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일부 언론이 “긴급상황에선 시장 개방을 통한 일시적 수입조치로 국내 수급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지속 중인 까닭에 농업계 불안감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 검역을 일시적으로 풀어 사과를 수입하자’는 일부 언론들의 주장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강조한 GSnJ 농정전략연구원(원장 서진교, GSnJ) 보고서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GSnJ는 최근 수입 검역 이슈에 초점을 맞춘 시선집중 GSnJ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농산물 수입 검토에 앞서 검역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과 수입 검역은 다른 수입 금지 식물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확립된 총 8단계 병해충 수입 위험분석(IRA) 절차를 따른다. 8단계 IRA의 핵심은 병해충 위험을 평가하고 그 관리 방안을 수출국과 협의하는 △예비위험평가(3단계)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4단계) △위험 관리 방안 작성(5단계) 등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선 통상 수입 금지 물품의 수입 검역 완료에 평균 8년 정도가 소요되고 있으며, 우리 농산물 수출을 위한 상대국의 위험분석 소요 기간도 평균 7.8년이 걸리고 있다.
아울러 GSnJ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식물방역법은 외국으로부터 병해충 유입 우려가 있는 물품의 수입 시 병해충 위험분석 및 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병해충 위험분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입은 현행 식물방역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수입 검역은 국내 농산물의 가격안정이 아니라 본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외국 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과 증거를 토대로 운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GSnJ는 일각에서 주장 중인 사과의 한시적 수입이 ‘자의적 또는 차별적 검역조치’로 인식돼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위생조치(SPS) 협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GSnJ는 “사과 수입 일시 허용 이후 다시 수입을 제한하려면 그에 합당한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없을 경우 자의상 검역 조치로 인식되기 쉽다”며 “결국 한시적 수입 허용은 검역상 쉽게 이행되기 어려우며 WTO 통상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행위로도 인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농산물, 특히 사과 수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일부 언론 등에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8년부터 한국 정부의 과일 검역조치를 무역장벽으로 지목 중이다”라는 소식을 지속적으로 퍼나르고 있다. 사실상 사과 수입을 제한하는 요소로 정부의 검역조치를 지적 중인 것인데, 한국농축산연합회(회장 이승호)는 이에 대한 규탄성명을 지난 5일 발표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최근 미국무역대표부가 ‘2024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사과·배 등 국내 과일 시장의 신속한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검역주권을 무시한 채 2018년 이후 매년 부당한 요구를 하고있는 미국무역대표부를 규탄한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과수화상병과 럼피스킨,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외국에서 유입된 질병으로 엄청난 사회적 수업료를 지불하고 검역주권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외국산 농산물을 통해 국내에 존재하지 않은 병해충이 들어올 경우 국가적으로 큰 낭패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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