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10 총선에서 내놓은 농정공약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거대 양당이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입 모아 강조한 공약은 우리 농업이 당면한 현안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양당 농정공약의 교집합을 짚어본다.
기후위기가 농가를 위협하자 여야가 함께 꺼낸 카드가 ‘재해 보상 범위 확대’다. 세부적으로 살피면 국민의힘은 실제 비용의 60%에 불과한 재해복구비를 80% 이상으로 점진 상향하는 공약을, 더불어민주당은 지원 단가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상향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치솟는 경영비 부담에 ‘농자재 지원’ 필요성에도 여야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같지만 구체적인 지원 범위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무기질 비료값 인상분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비료·사료값, 유가·전기료 등 생산비 폭등에 대한 가격 인상분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청년농 육성도 교집합 공약이다. 우선 여야는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지원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여기에 더해 청년농의 정착을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민주당은 청년농 정착을 지원하는 ‘공공농지 매입비축사업 확대’를 공약에 담았다. 국민의힘은 청년농이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보금자리 주택을 확대하는 공약을 내놨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먹거리 돌봄체계 강화’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농수산식품바우처’ 사업과 ‘식생활 교육’을 펼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취약계층에 일정 기간 음식을 제공하는 ‘긴급끼니 돌봄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양당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에도 관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정부 지원 단가를 2배로 인상하는 등 사업규모 확대를, 민주당은 모든 대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수준을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친환경축산도 공통적으로 강조됐다. 국민의힘은 스마트 축사 보급 확대, 정보통신기술(ICT) 가축 사양관리를 강화해 친환경축산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돼지·닭 사육농가의 친환경축산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양당은 농지 규제를 느슨히 하는 공약도 제시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공약이 식량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농막을 휴식·숙박에 활용할 수 있는 ‘주말체험영농’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 국민의힘은 농막을 대체할 수 있는 ‘농촌체험주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지 보전에 힘써야 하지만, 양당의 공약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야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상설 협의체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당을 불문하고 농정공약을 논의·이행할 수 있는 상시 협의기구를 22대 국회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