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장창고에 들어간 겨울무. 올해는 제주 산지의 기상 악화로 출하 및 저장 입고 작업이 지연되면서 창고 입고 마무리 시기가 4월 중하순으로 예년 대비 늦춰졌다
대아청과 저장무 전수조사
5만~5만2000톤 내외 잠정추산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 4. 12
겨울무(월동무) 저장물량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에서 시장 출하 대신 저장창고에 입고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인데, 올해 급격히 악화된 출하 여건이 그 이유로 꼽힌다. 높은 기온·잦은 비로 품위가 떨어지고 출하작업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은 커진 반면 생산량 증가로 인해 도매시장 시세는 저조한 흐름이 계속되면서 출하보다는 저장이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저장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가 3~4일 진행한 ‘저장무 전수조사’ 현장에 동행 취재했다.
# 제주 산지 기상악화로 수확·저장 작업 등 지연…20일경 출하 마무리 전망
겨울철 제주에서 대부분 생산되는 겨울무는 대개 12월부터 4월까지 산지에서 출하된다. 저장물량은 빠르면 2월 하순부터 육지부(경남 등) 창고에 입고되기 시작해 4월 초중순까지 진행하는데, 이 시기에는 시장 출하와 저장창고 입고가 병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산지 출하가 마무리되는 4월 말부터 다음 작기인 시설봄무 출하가 본격화되는 6월 초중순까지 대략 30~40일 정도의 공백기에 공급되는 무가 바로 이 저장무로, 5월을 포함한 전후의 무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올해는 제주 산지의 기상 악화로 수확·출하 및 저장 입고 작업이 지연되면서 창고 입고 마무리 시기도 4월 중하순으로 예년 대비 조금 늦춰진 상황이다. 산지 출하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저장물량 공급은 이달 25일 이후부터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무 경매를 담당하고 있는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4월 20일 정도면 제주 겨울무 출하 작업이 98% 정도가 끝나는 등 사실상 출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까지는 저장물량이 소폭이지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라면서 “현재 저장물량 일부가 풀리는 상황이지만, 4월 25일을 기점으로 저장물량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경상권 일대의 저장창고와 전남북 지역의 시설봄무 현장을 살펴본 대아청과에 따르면 올해 겨울무 저장물량은 5만~5만2000톤 내외(20㎏ 상자 기준 250만~260만개)로 잠정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20㎏ 상자 235만개, 4만7000톤)보다 6~10% 소폭 증가한 수치다. 다행히 품위는 전년 물량 대비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찬겸 차장은 “전년보다 저장물량이 소폭 늘었지만, 본격적인 시설봄무의 출하기도 6월 중순으로 늦어져 4월 말부터 6월 초순까지 저장물량을 소진해야 할 기간이 늘어난 만큼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겨울무 시세 부진에 농가 손해…추가 비용 감안해도 저장 유리 판단
이처럼 저장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저장 수요가 많아서인데, 이는 겨울무 제주 산지의 악화된 출하 여건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겨울무 생산량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2월 높은 기온과 잦은 비에 이어 3월 저온 등 기상 악화로 인해 생육이 지장을 받아 생산량과 품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산지에선 생육기 잦은 비로 병충해(고자리파리, 선충, 무름병 등) 확산, 기형 등의 비상품이 증가해 출하를 포기한 포전이 늘었고, 생산 단수도 평당 2박스(40㎏)에서 1.5박스(30㎏)에 그쳐 20~30% 감소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도매가격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올해 1월과 2월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20㎏ 상품 기준)은 1월 1만62원·2월 1만2190원으로, 2023년 1월 1만1442원·2월 1만2690원 대비 소폭 하락한 상황이다. 생산자들이 파악하는 손익분기점(생산원가에서 유통비·작업비 등을 포함한 도매시장 출하비용)은 1만1000~1만2000원 수준에 걸쳐있는데, 산지에선 상품보다 중하품 비율이 더 많다는 점에서 현재 도매시장 시세로는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중하품 도매시세는 9000원대 이하로 떨어져 특·상품 시세와 편차가 크다. 최근 1주일간 가락시장 도매가격 상품은 최고 1만4115원(9일)·최저 1만616원(6일)이며, 중품은 최고 1만775원(9일)·최저 7377원(6일)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저장 작업에 필요한 추가 비용(물류비·창고 입고비·보관비) 등 금전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저장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저장물량이 평년 대비 많지 않고, 시설봄무 파종 및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점도 한몫 하고 있다.
겨울무를 출하하는 박일식 동녘영농조합법인 대표는 3일 경남 창녕의 한 저장창고에서 만나 “겨우내 무 시세가 전년보다 좋지 못하고 작황 실태도 굉장히 안 좋다. 일조량이 적어서 무가 크지 못해 감모율이 20% 이상 발생했다. 3월 초에 서리 피해도 입어 생산 중량이 30% 이상 빠진 상황이며 저온 창고 입고량이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 산지에서 저장물량 시세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라고 전했다.
박일식 대표는 이어 “생산량이 줄어들고 이상기후로 품위까지 떨어져 출하 손익이 나지 않아 많은 농가들이 손해를 봤다. 현장에선 저장물량으로 손해를 복구하려는 심리가 많다”면서 “저장 관련 비용이 20㎏ 1박스당 3000원 정도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되면 도매시장 시세가 최소 1만5000원 정도는 나와줘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겨울무 시세가 조금만이라도 오를 기미가 있으면 정부가 비축 물량이나 수입무를 방출할 생각을 하고 있어 농가 입장에선 저장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시세 전망은 산지 기대에는 못 미치는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0일 발표한 4월 관측에서는 4월 무 도매가격(20㎏ 상품)을 전년 대비 하락한 1만4000원으로 예상했다.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지난해 4월 평균 시세 1만4000원대, 5월 평균 시세 1만5000원대 수준에서 보합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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