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지역구 농민 출신‘몰패’,‘여성농민 지위보장’임미애 비례대표 당선
21대 국회 농해수위 8명, 3선 이상 중진으로 생환…양곡관리법 논란‘재점화’가능성 커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4. 4. 12
농민 권리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권 진입이 또 다시 좌절됐다. 여권 참패로 귀결되는 이번 4·10 총선결과, 현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에서 시작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정치에 일침이 가해졌다.
하지만 농업분야 현안은 총선에선 무의미하게 내쳐졌다. 여야 거대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 농업계를 정치적 동반 대상으로 고려하지도 않았고, 배려도 없었다. 실제 여야 정당들은 지역구 배정이나 비례대표 순번 결정 등에서 농민 몫을 아예 생략하거나 ‘뒷전’으로 미뤘다. 선거 전, 농업분야는 이미 국가적 미래 계획에서 제외된 존재로 취급받았고, 선거결과는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후보자 직업란에 ‘농민’ 으로 기재해 비례대표로 당선된 더불어민주연합 임미애 당선인은 이미 2006년부터 민주당소속 의성군의원으로 활동했고, 얼마전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정통 정당인이다. 당내‘지역·균형발전 분야’ 경선을 통해 비례대표로 낙점됐다. 농민 몫의 순번 배정이 아니다.
군소정당 소속으로 지역구 선거에 뛰어든 농민출신 후보자들은 양 정당 독식 구조의 선거판에서 대중적 연결고리를 찾는데 한계를 경험하고 고배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전체 유권자 4천428만11명 중 2천966만2천313명이 투표, 67.0%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농민대표’내지‘농업전문가’로 간판걸고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전패했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최재관 후보가 여주시·양평군에서 ‘리턴매치’ 로 맞붙은 국힘 김선교 후보에게 졌다. 최 후보는 문재인정부 농정 브레인으로, ‘농정 대전환’ ‘농정 적폐청산’ 등을 주도하던 인사다.
20대 국회때 유일하게 농민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민주당 김현권 전 의원도 경북 구미시을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 후보는 국힘 강명구 후보에게 1위를 내줬다. 하지만 지역세가 강한 험지에서 33.36%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가치있는 선전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을에 출마한 국힘 정운천 후보 또한 험지 출마 사례다. 한국농업CEO연합회장과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낸 정 후보는, 서울지검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후보에게 패했다. 당선된 이 후보는 민주당이‘타도 윤석열검찰정권’을 부르짖으며 영입한 공격 카드로 꼽힌다.
대구 북구을 마을이장 출신 무소속 신유성 후보도 이목을 끌었다. 경북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전국농협노조 수석부위원장, 마을 이장 등의 경력 소유자인 신 후보는 4위에 머물렀다. 전북 남원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에 출마한 국힘 강병무 후보는 5선의 남원축협 조합장이다. 한우를 키우는 강 후보는 2위로 낙선했다.
경북 영천시·청도군에서는 동네이장 3선에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영수 후보가 출마, 국힘 이만희 후보에게 졌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를 졸업한 이영수 후보는 농산물가격안정제, 농민·농촌의 대변인 역할 등을 공약으로 밝혔다.
경북 영주시·봉화군 지역에서는 봉화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박규환 후보가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대표적인 농촌사회활동가인 박 후보는 선거운동 내내 농민기본급 지급, 농촌 정주 수당과 농촌 난방비, 농촌 교통비 등의 법제화를 공약했다.
진보당 정책위원장인 전권희 후보는 전북 익산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농 전북도연맹과 익산시농민회 등의 공식지지 선언까지 얻은 전 후보는 농자재 가격 폭등, 기후 재난 등에 대한 농업대책을 공약했으나, 민주당 이춘석 후보 등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진보당 안주용 후보의 경우 전남 나주시·화순군에서 신정훈 의원에게 졌다. 농민운동 선봉에 섰던 안 후보는 고려대 식량자원학과를 졸업하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중단 나주시 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전농 광주·전남연맹 정책위원장, 전남도의원 등을 지냈다.
이에 반해 농업 관련 공직의 이력을 보유한 정치권 인사들, 특히 21대 국회에서 농정현안을 직접적으로 매만졌던 농해수위 의원들의 생환은, 그나마‘인지 감각’을 되살려 다음 국회에서 농정현안을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남겼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 총 19명중 생환에 성공한 의원은 12명이다. 민주당측 의원들의 재 당선율이 81%로 높고, 5명이나 대거 3선 중진으로 돌아온다. 농해수위원장인 소병훈 의원은 경기 광주갑에서 3선에 성공했다. 농해수위 소속이면서 예결위원장을 지낸 서삼석 의원 역시 영암군·무안군·신안군에서 3선에 당선됐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출신의 농업전문가 신정훈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양곡관리법 등 농정공약을 시리즈로 내면서 나주시·화순군에서 3선,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위성곤 의원 또한 3선에 당선됐다. 야당 간사를 맡은 어기구 의원은 충남 당진시에서 3선했다. 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의 안호영 의원 역시 3선 고지에 올랐다.
정읍시·고창군에서는 윤준병 의원이 86.86%의 고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고, 전남 여수시갑 지역의 주철현 의원도 두 번째 국회의원 임기를 예약했다.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을 이원택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는 박덕흠 의원이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에서 4선 반열에 올랐다. 국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양수 의원은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의 3선 의원이 됐다. 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 정희용 의원 역시 재선됐다.
농식품부 장관 출신이면서 농해수위원장을 지냈던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에서 4선 당선됐다. 이 의원은 총선 운동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그린벨트·절대농지 개발계획에 대해 강력 저지 의사를 피력했다.
농업계는 비례대표 진입도 실패했다. 다만 비례대표로 당선된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이 ‘농민’ 을 직업으로 내세우며, 특히 여성농민의‘법적 지위 보장’을 공약으로 내건 대목은 주목할만하다는 평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당선권이 14번으로 멈춤에 따라‘농업계 지분’으로 배정한 22번 조원희 후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23번 백혜숙 후보(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등은 기대를 접게 됐다.
총선결과, ‘원외정당’ 으로 매서운 후폭풍에 놓인 녹색정의당에서는 당초 비례대표 5번에 김옥임 후보가 있었다. 녹색정의당의 참패에 따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36년째 제주 서귀포에서 밭농사와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김 후보의 여의도 청사진도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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