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을 위해 사과를 일시 수입하자는 주장에, 현행법상 불가능하며 국제 통상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과 수입은 검역 원칙에 맞게 수입 위험분석을 완료한 후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이다.
서진교 GS&J 인스튜티트 원장은 최근 ‘농산물 수입 검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사과는 병해충 위험분석이 완료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 사과 수입은 식물방역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현행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일부 언론에선 수입 검역을 한시적으로 풀어 사과를 수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렌지·망고·체리는 되는데, 사과 수입 왜 못하나”, “금(金사)과 논란, 수입은 왜 안 되나” 등의 제목으로 사과 가격안정의 대안으로 사과 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보도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에 대해 서진교 원장은 “수입 검역은 국내 식물에 해를 주는 병해충이 국경을 넘어 국내에 전파 또는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취해지는 조치로 가격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일침을 놨다. 수입 검역이 잘못돼 자칫 외래 유해 병해충이 국내에 유입되면 자연생태계는 물론 농산업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만 운용돼야 한다는 것.
일부에서 주장하는 사과 수입 검역이 오래 걸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서진교 원장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다른 수입 금지 식물과 마찬가지로 사과의 수입 검역 단계는 총 8단계다. 이 단계 중 핵심인 3~5단계는 수출국이 수입국의 요청 자료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대응하는지에 따라 단계별 완료까지 이르는 기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이 단계에선 유해 병해충이 유입될 가능성과 국내 정착 여부 및 전국 확산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국내 방제 가능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모든 판단이 과학적 자료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만큼 과학적 검토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수입 검역에 있어 양자국 협의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해 후 순위로 밀리는 품목의 검역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수입 위험분석이 진행 중인 건수는 51개국의 총 235건인데, 이중 해당국 양자 협의를 통해 우순선위에서 밀려난 품목은 그만큼 협상 완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진교 원장은 이러한 수입 위험분석 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수입하는 것은 국내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식물방역법 제6조엔 외국으로부터 병해충 유입 우려가 있는 물품의 수입 시 병해충 위험분석 및 평가를 하도록 돼 있고, 동법 제10조엔 병해충 위험관리방안을 수출국이 제시하고 병해충 위험분석을 한 결과 국내 식물에 피해를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수입 허용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병해충 위험분석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은 현행 식물방역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시적 수입 허용에 대해선 WTO(세계무역기구) SPS(동식물 위생 및 검역) 협정 위반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WTO SPS 협정 제2조 3항 전반부는 동일 또는 유사한 조건에 있는 국가를 자의적이거나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역을 풀어 사과를 수입한다는 의미는 우리 의도와 관계없이 한국 내 식물에 별다른 피해가 없음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입 일시 허용 후 수입 제한을 하려면 이에 합당한 과학적 증거가 없는 이상 수입 제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일시적 사과 수입 이후 수입 제한 조치는 자의적 검역 조치를 운영하는 셈이어서 WTO SPS 협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것. 여기에 유사한 조건에 있는 국가 차별 금지 규정에 따라 특정 국가 사과 수입을 허용하면 유사한 단계에 있는 모든 국가의 사과 수입을 허용해야 하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서진교 원장은 “사과 수입 허용 결정은 검역의 본래 취지에 맞게 국내 식물에 경제적 피해를 줄 우려가 없다는 판단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 만약 사과 수입 결정에 과학적 근거 이외의 논리가 개입되면 검역의 본래 취지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 한국의 검역제도와 위험분석 결과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저하돼 더 큰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무리 급하더라도 수입 검역 문제는 자체 원칙과 절차에 따른 충실한 이행이 최선이다. 사과 수입 검역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어민신문] 골목상권까지 직수입 과일 할인 지원…햇과일 출하 앞두고 ‘촉각’ 
[한국농어민신문] ‘냉동김밥’ 전문 ㈜복을만드는사람들, 농촌융복합 1호 스타기업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