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사과시장을 내리 7년째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내놓은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미국 농산물의 한국시장 접근 요청이 검역당국에 계류 중임을 상기하고, 해당 품목의 수입 허용 절차를 더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음을 밝혔다. 1993년 한국에 사과 ‘수입위험분석’을 신청한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시점인 2018년부터 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해마다 시장 개방 고삐를 죄어 오고 있다. 미국산 사과는 현재 8단계 과정 가운데 2단계인 수입위험분석 착수를 거쳐 3단계인 예비위험평가 단계에 있다.
연간 사과 생산량이 400만∼500만t 규모인 미국은 중국 다음의 사과 생산국으로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의 10배에 달한다. 연간 수출량만 70만t으로 우리 연간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한·미 양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과 품질 평가에서 양국 사과맛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마저도 도입 도매가격 기준으로 국산의 85% 선이다. 여기다 한·미 FTA로 미국산 사과는 ‘후지’ 외에는 모두 무관세이고, ‘후지’도 6년 후면 관세가 철폐된다. 결국 미국산 사과에 대한 유일한 방어막은 수입위험분석, 즉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뿐인 셈이다.
미국이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문이 ‘주권(主權)’으로 보장한 SPS 조치를 무역장벽이라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당국 등 일부에서 물가와 소비자 ‘선택권’을 빌미로 사과 생산농가의 ‘생존권’이 걸린 수입위험분석을 무력화하려는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다. 농산물 물가 때문에 나라가 거덜 날 듯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지난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5.7%, 미국은 3.2%, 영국도 3.8%로 올라 우리나라 3.1%보다 높았다. 주식(主食)도 아닌 기호식품 사과의 일시적 ‘공급발’ 가격 상승은 SPS 조치라는 최후의 보루부터 헐자고 달려들 게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 억제나 대체재 소비 유도 방식으로 풀어 가면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시적’ 혹은 ‘탄력적’인 위생·검역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위생·검역 국경(國境)은 한번 무너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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