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일자로 폐국이 예정된 충북 음성의 소이우체국. 농산물 유통창구 역할을 하는 이 우체국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음성군 소이우체국 폐쇄 예정
우편 등 업무 이용에도 차질
농가 불편가중·소득감소 우려
“최소한 공공서비스 유지해야”
농민신문 음성=황송민 기자 2024. 4. 7
“농산물은 신선함이 생명인데, 한시가 급한 바쁜 영농철에 택배를 부치기 위해 더 먼 거리를 가야 할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충북 음성군 소이면 대장리에 있는 소이우체국이 곧 문을 닫아 주민들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우체국은 대부분의 택배서비스를 맡고 있어 사라지면 품목별 성출하기 때 농산물을 보내는 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별정우체국인 소이우체국은 당초 이달 1일자로 폐쇄가 예정돼 있었다. 운영을 하는 별정우체국장이 충청지방우정청에 지난해 12월 지정해지(폐국) 신청을 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이 계속해서 반발하자 폐쇄일을 7월1일로 연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주민들의 근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소이우체국은 지난해 지역에서 1만4658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했다. 특히 농산물출하가 몰리는 8∼9월에는 소이면작목회에서만 5600여건의 과일 택배를 보낼 정도로 농산물 유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만㎡(3000평) 규모의 체리농사를 짓는 김정중씨(50·갑산리)는 “오후 3시까지 갖다주면 바로 배송이 시작되고, 신속·정확·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전달해줘 지역농가 대부분이 소이우체국을 통해 농산물을 보낸다”며 “이런 시설이 없어지면 10㎞ 이상 떨어진 복잡한 읍내까지 가야 하고, 시간도 맞추기 힘들어 불편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종환 복숭아영농조합회장(69)은 “우체국은 택배뿐 아니라 우편·금융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공공시설”이라며 “지역 민간 택배회사가 취급을 꺼리는 농산물을 우체국이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복숭아가 본격 출하되는 시기에 우체국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농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이우체국이 폐국을 결정하게 된 주된 이유는 경영난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이면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 택배는 급증했지만 등기와 우편 물량이 감소하고 보험 같은 수익원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단 소이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만 경기 남양주, 경북 영주 등 7곳 별정우체국이 사라졌다. 농촌지역의 우편서비스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 확대로 택배가 농산물 판매에 중요한 유통경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농촌지역 우체국 폐쇄는 농가 불편을 더할 뿐 아니라 소득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소이면 이장협의회는 3월20일 이장단과 주민 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소이우체국 폐국 반대 건의문’을 충청지방우정청에 제출했다.
지역사회의 요청이 거듭되자 충청지방우정청은 최근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내고 순수 우편 업무만 처리하는 우편취급국을 운영할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이재연 음성군 이장협의회장은 “지역에 우체국이 사라지면 농민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약자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며 “읍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1∼2회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사실상 우편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