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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 [Issue+] 작물보호제 제조사 PM에게 듣는 ‘2024 농약시장 전망’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4-05 조회 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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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해충 발생 양상 급변

          이앙동시처리제 판매 증가

          중저가 살충제 개발 추세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2024. 4. 4



 살랑살랑 부는 봄 바람에 농업인들의 손과 발이 분주해지고 있다. 봄이 온다는 건 본격적인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는 계절의 요란한 알림이다. 하지만 올해 농업인들은 한 해 농사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걱정도 한가득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극심한 병해충 발생, 저항성 이슈 등 속속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농업인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던 경험 때문이다.

농업 현장에서 농업인들의 걱정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작물보호제 제조사 PM(Product Manager)은 최근의 변화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네 명의 PM들과 함께 최근의 농업 환경 변화와 전망, 방제 트렌드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 발생양상 ‘다양’해지고 변화는 더 ‘빠르게’

이기창·이재군·최민석·최영식 PM은 모두 최소 10~20년 이상 작물보호제 제조사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 분야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최근의 병해충 발생 양상이 과거와는 급격히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민석 담당은 “20여 년 전 입사 때까지만 해도 파밤나방, 총채벌레, 노린재는 외래해충으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외래해충이라 보지 않고 노린재도 필수 방제 항목에 들어가 있다”며 “최근에는 꽃매미 이야기도 쏙 들어가고 미국선녀벌레, 열대거세미나방 등이 툭툭 튀어나와 농작물에 해를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던 해충이 발생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토착화되며 주기도 단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담당은 “예전에는 해충 발생양상이 서서히 변화함을 느꼈지만 약 10여 년 전부터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온 상승으로 병해충 발생 시기는 앞당겨지고 가해 기간은 길어지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잡초는 생활형에 따라 크게 일년생과 다년생, 주로 겨울에 발생해 월동 후 이듬해 개화하는 월년생 잡초로 구분했지만 점점 이 같은 분류가 무색해지고 있다. 겨울 기온 상승으로 일년생이 다년생이 되고, 겨울에 발생해야 할 잡초들이 초여름까지 지속 발생하는 등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영식 책임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이면 사라져야 할 개체들이 일부 살아남아 뿌리나 지재부에 월동 후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종자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서 기존 잡초보다 발생 시기가 일러 제초제도 이에 맞게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제초제들은 비선택성 제초제를 제외하고는 토양처리제초제로 잡초 발생 초기나 발생 전 약제 처리를 해 잡초 유아(어린싹) 부위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잡초는 이미 살아있는 뿌리 부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진압에 어려움이 있다.

최 책임은 “아직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이런 개체가 늘어날수록 잡초 방제는 농가에 더 큰 문제로 여겨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연속강우 발생으로 탄저병 발생이 심각했다. 하지만 한두 해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란 게 PM들의 진단이다. 병이 발생·확산되기 좋은 고온다습한 조건이 6월부터 8월까지 계속되면서 매년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군 매니저는 “재작년 탄저병으로 95% 낙과 피해를 입은 경북 청도 복숭아 밭의 방제 빈도를 분석했더니 12회 방제력에 추가해 23회 방제를 했는데도 피해가 발생했다”며 “최근 탄저병 발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약제 방제 패턴을 바꾸든지 방제 외 다른 수단들을 추가하든지 대응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기창 차장은 이상저온에 주목했다. 최근 봄철 이상저온 현상으로 개화기에 냉해로 결실률이 크게 떨어지고 서리 등의 피해도 예전보다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온성 해충의 발생도 증가 추세다.

이 차장은 “예전에는 육묘상처리제와 모내기 후 살충제 처리로 어느 정도 저온성 해충의 방제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5월 모내기철 저온성 해충 발생 비율이 크게 늘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방제 트렌드·약제 판매 전략도 변화

이처럼 병해충 발생 양상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방제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최영식 책임은 “수도용 제초제 중 이앙동시처리제만이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앙동시처리제는 잡초 발생 전에 미리 약제를 처리하는 방법이어서 잡초 발생이 빨라지고 있는 최근의 발생 양상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재군 매니저는 “살균제 중 보호살균제는 꾸준히 판매량이 유지 또는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1950년~1960년대에 개발된 약제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살균제는 계속 예방 차원에서 자주 살포할 수 있는 저가 약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약제 개발도 고가보다는 중저가 약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신의 논·밭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똑똑하게 분석하는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작물보호제 제조사들의 판매 전략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판매 위주였다면 이제는 농가들의 농업 활동에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유익한 정보들을 전달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이기창 차장은 “요즘 농업인들은 특정 제품이 어떤 효과를 내느냐가 아니라 각각의 병해충의 원인과 방제법에 대해 짚어주길 원한다”며 농업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영식 책임도 “농가 교육 시 전국의 잡초 발생 현황과 양상, 각 잡초별 유효한 제초제 등을 콕 짚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범주도 자사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타사 제품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전한다.

이재군 매니저는 “이제는 ‘우리 약제가 좋다’가 아니라 농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며 “타사 약제도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농가와의 신뢰가 쌓이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최민석 담당은 “내 논과 밭의 상태, 작물의 상태를 알고 대비하겠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농가들에게도 언제든지 병충해를 입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농업 환경 변화 따라 전략적 제품 개발

작물보호제 제조사들은 최근의 농업 환경 변화를 유념하며 각기 다른 중점 포인트를 두고 전략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경농은 살균제 부문에서 신규 항생제를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원예용 박테리오파지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군 매니저는 “의약품 분야에서 항생제 개발에 한계가 있어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하는 것처럼 경농도 농업용 박테리오파지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3년 안에 제품이 출시되면 조금 더 세균병에 특화된 카테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삼공은 수확 직전에 적용해 수확물의 저장성 등을 향상시키는 제품의 개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최민석 담당은 “유럽에선 포스트 하비스트(Post harvest)라고 수확 후 관리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앞으로 한국삼공은 계속 이런 방향성을 갖고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케미컬은 각 부문별로 명확한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

이기창 차장은 “살충제는 꿀벌 안전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개발해 현재 출시했고, 제초제는 피 방제가 잘되는 신규 물질이 함유된 제품들을 향후 5년까지 계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방아그로는 체계적인 방제법 개발에 몰두하며 동시에 원예용 살충제와 살균제의 관주처리 방법을 연구·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초제 부문에선 이앙동시처리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영식 책임은 “이앙동시처리제가 제초제 트렌드인만큼 이 부문을 집중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약효 지속성을 높일 방법에 대해서 깊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 유사과학 맹신 우려...진딧물에 식초 ‘NO’

이상기온 등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로 농업 현장의 고민이 커져가는 요즘, PM들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일까. 뜻밖의 답이 나왔다. ‘일종의 유사과학을 맹신하는 농업인들을 만났을 때’라고. PM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급격히 퍼지는 불명확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잘못된 확신을 갖는 농업인들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농가별 환경과 조건 등이 모두 다른데도 소위 ‘유사과학’이라 불리는 근거 없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농가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도 했다.

이기창 차장은 “약제에 소주나 먹걸리를 타면 어떻겠냐, 잡초에는 소금물을 치라던데 효과가 있겠느냐는 둥 근거 없는 방식들을 문의하지만 PM들은 어떤 답도 해줄 수가 없다”며 “만약 그런 것들이 효과가 좋다면 왜 굳이 어렵게 작물보호제를 개발하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민석 담당은 “약제는 저항성이 올 수 있다며 진딧물에 사과식초를 썼다는 농업인을 만난 적이 있다”며 “약제 1만 원대로 해결 가능한 일을 사과식초 10만 원 이상을 들여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당황했다”고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이어 최 담당은 “농업인들이 종종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제3자, 유튜버처럼 생판 모르는 남들의 이야기에 너무 크게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며 “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 통로를 확보하고 선제적으로 방제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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