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 사과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사과 경쟁력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최근 내놓은 ‘2023년 해외 과수산업 경쟁력 실태조사’에서 미국산을 포함한 해외 과수 경쟁력을 가격·품질 등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사과의 1㎏당 수출단가는 1588원으로 운임·수수료 등을 포함한다면 예상되는 도입가격은 3939원이다. 이는 2022년 국내 도매시장 평균 가격인 4654원에 비해 15% 저렴한 가격이다. 지난해 저온피해 등으로 올해 사과 가격이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산 사과의 체감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미국의 연평균 사과 생산량은 400만∼500만t으로 전세계 2위 수준이다. 수출량도 우리나라 전체 사과 생산량을 뛰어넘는 70만t에 이른다. 미국 내 사과 도매가격은 2022년 기준 1㎏당 2.3달러에 불과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후지’ 품종을 제외하면 미국산 사과에 관세도 매길 수 없다. 유일하게 관세를 매기는 ‘후지’ 품종마저 매년 관세가 낮아지다가 2031년이면 철폐된다. 사실상 검역 조치가 가격도 낮고 물량도 많은 미국산 사과 수입을 막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미국산 사과는 품질 면에서도 국산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T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사과가 국산보다 달다’고 응답한 사람은 22%,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26%로 당도 부문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양국 과일을 모두 먹어본 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품종 다양성 부문에서도 미국산 사과는 높게 평가됐다. ‘미국산 사과가 품종이 더 다양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40%였다. ‘그렇지 않다’는 18%였다. 국산은 60% 이상이 ‘후지’ 품종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품종은 ‘갈라’로 2022년 기준 전체 사과 가운데 18%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미국은 ‘레드딜리셔스’(14%), ‘후지’(10%), ‘허니크리스프’(10%), ‘그래니스미스’(9%)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한다.
보고서는 사과 외에 감귤도 문제가 될 것으로 봤다. 미국산 감귤은 2023년 기준 관세가 28.8%로 설정돼 있지만 2026년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관세가 철폐됐을 때 예상 가격은 1㎏당 4753원이다. 2022년 기준 국내산 도매가격인 5929원에 비해 20% 낮은 가격이다. 미국산 감귤은 당도·산도를 포함한 맛 부문에서는 국내산보다 평가가 낮았지만 낮은 가격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침범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무장한 미국산 사과는 국내시장을 파고들 여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그래니스미스’나 ‘골든딜리셔스’ 같은 품종이 새로운 맛과 식감을 내세워 국내 수출 판로를 충분히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은 사과 수출보조금 정책이 없으나 미국 내 사과 회사에서 중장기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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