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할당관세 적용과 TRQ 도입 확대 등 수입 위주 농정을 지속 중인 이유는 장보기 무서울 정도로 오른 ‘장바구니 물가’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농업 기반과 농민들의 삶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농산물 수입 정책을 강행했어야 하는지에 최근 의문이 뒤따르는 실정이다.
먼저 통계청이 제공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각 가정이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통계로, 대표 품목 가격의 가중평균 변동을 나타낸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의 지수기준연도는 2020년이며, 윤석열정부가 취임한 2022년 5월의 소비자물가총지수는 107.5였다. 기준연도 대비 소비자물가가 7.5% 상승했단 의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양파·마늘 TRQ 도입 계획을 확정한 2022년 7월 양파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97.64로 기준연도 대비 하락했고, TRQ 도입 이후인 8월과 9월에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는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97.64이던 양파 소비자물가지수는 8월과 9월 각각 100.94와 105.89로 올랐고, 이 흐름이 이어져 2022년 12월엔 최고치인 114.69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말 결정된 무의 할당관세 수입조치도 그 배경과 효과가 의심스럽다. 지난해 3월 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85.40으로 기준연도인 2020년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결국 5월부터 무관세 무 수입이 진행됐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6월 94.2 △7월 95.14 △8월 128.1 △9월 125.57 등 무관세 수입 이전보다 크게 올랐다. 정부의 관세 인하 수입을 뒷받침하는 물가안정이란 목적을 제대로 달성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아울러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중치는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정해진다. 가중치 총합은 1000이며 숫자가 클수록 가구의 소비지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31일 가중치를 2022년 기준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154.5였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의 가중치는 2022년 142로 감소했다. 이 중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83.8에서 75.6으로 떨어졌고 특히 농산물 가중치는 43.8에서 38.4로 줄었다.
또 정부가 관세를 거듭 인하해 수입을 일삼는 양파의 경우 가중치가 0.7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단 의미다.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무관세·저관세로 수입되고 있는 농산물 품목별 가중치 역시 △감자 0.6 △파 0.9 △마늘 1.3 △무 0.6 △생강 0.1 등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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