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 장벽 완화를 주요 의제로 내세우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새로운 통상 질서로 자리 잡았다. 기존 FTA 개선 협상도 속도를 내면서 우리 농업계를 압박하고 있어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다.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 완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비롯한 농업생명공학기술 관련 협력 강화 등을 다루고 있어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가입비 명목으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요구받을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다만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CPTPP 논의는 수그러든 모양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CPTPP에 소극적인 미국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추진 속도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도 미국 정치의 영향권 아래 있다. 현재 무역(농업 포함)·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 4개 분야 가운데 무역을 제외한 3개 분야가 타결됐는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무역분야 협정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당장 눈에 띄는 통상 협정 이슈는 없다”면서 “최근 진행하는 통상 협정의 주요 의제는 검역과 GMO 부분 등 비관세 무역장벽이므로 전문 검역 인력을 확충하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통상당국은 칠레·영국·미국·아세안 등과 체결한 FTA 개선 협상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개방 수준 확대를 비롯해 SPS 조치 등 비관세 장벽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몽골·조지아·아프리카 등과 논의 중인 경제동반자협정(EPA)도 위협적이다. 농축산업이 주요 산업인 저개발국가가 대상국으로, 타결되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을 둘러싼 통상 파고에 맞서려면 국회에서 농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통상조약 협상·체결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런 요구를 담은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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